전쟁은 승패로 기록된다. 하지만 거기 사람이 있었다. 전쟁은 승패보다도 생사의 문제로 기억돼야 한다. 전쟁이라는 명분에 휘말리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건너야 하는 인간들의 존재는 승패로서 기록되는 역사적 명제 아래 손쉽게 지워진다. 전쟁은 영문도 모른 채 생사의 기로로 떠밀린 인간들의 지옥도다. <고지전>은 이를 대사로서 명확하게 전달한다. “빨갱이가 아니라 전쟁과 싸우는 거다. 그러니 살아남는 게 전쟁으로부터 진짜 이기는 길이다.” 전쟁이 승패가 아닌, 생존의 문제임을 강력하고 확실하게 피력하고 환기시킨다. 물론 이는 숱한 전쟁영화들이 다루고 언급해온 이야기다. 하지만 <고지전>은 사람 죽이는 전장의 비극을 전시하고 눈물을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서 그 지옥도 속에서 이유도 알 길 없이 서로를 죽이고 죽어나가는 이들의 참혹한 비극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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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전> 단평

cinemania 2011. 7. 12. 01:40

<고지전>의 주제는 명확하다. 빨갱이가 아니라 전쟁과 싸우는 거다. 그러니 살아남는 게 전쟁으로부터 이기는 거다. 전쟁이 승패가 아닌, 생존의 문제임을 거듭 환기시킨다. 물론 숱한 영화들이 해왔던 이야기다. 하지만 <고지전>은 사람 죽이는 전장의 비극을 넘어서 무엇을 위해서 싸우는지 알 길이 없는 전장에서 죽음을 조장하고 방관하는 치들에 관한 분노와 서러움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한편으로 의미심장하다. 땅따먹기에 열중하는 윗대가리들이 탁상공론에 열중하는 가운데 살기 위해서 죽이고 죽는 청년들의 모습은 단순히 전장이 아닌 이 사회에도 만연한 부조리 가운데 하나다. <고지전>은 전장을 통해서 이 땅의 부조리한 역사적 환기까지 나아가는 진보적인 전쟁영화다. 장훈은 확실히 스스로 물건임을 증명하고, 선배 배우들의 열연 속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뚜렷이 각인시키는 신예 이제훈이 인상 깊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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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방안에서 자신의 부인에게 노래를 불러주던 청년의 눈에 수심이 서려 있다. 하지만 메일을 검색하던 청년의 눈이 곧 진지해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핸드폰을 내려놓고 톨스토이의 ‘부활’을 집어 든다. 메일을 빼곡하게 채운 텍스트의 행간 사이에 놓인 단어들을 유심히 살피던 청년은 자신의 앞에 놓인 책과 대조한 뒤 관계가 모호한 단어들을 끄집어내 자신의 앞에 놓인 종이에 나열한다. 청년은 저마다 독립적인 의미의 단어들을 나열하지만 그 단어의 나열이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읽어내고 있다. 그와 동떨어진 또 다른 장소, 국정원에서는 어떤 이들의 동행을 주시하는 요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국정원의 요원들은 북에서 지령을 받고 움직이는 전문암살자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선상으로 연결된 두 개의 공간에서 움직이는 서로 다른 인물들이 하나의 사건을 향해 수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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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훈 감독 인터뷰

interview 2008. 9. 20.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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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패(소지섭)와 수타(강지환)라는 이름은 깡패와 스타에 대한 노골적인 직유지만 동시에 현실과 영화에 대한 은밀한 은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영화는 영화다>는 그 제목만큼이나 도발적인 작품이다. 영화는 현실을 잊게 만드는 리얼리티를 구사하려 하지만 카메라의 슛이 들어가고, 슬레이트를 내려치는 순간 현실의 탈을 쓴 프레임의 파편으로 변질된다. <영화는 영화다>는 제목 그대로 현실을 넘어설 수 없는 영화적 한계에 대한 인정, 혹은 현실이 이룰 수 없는 영화적 선언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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