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요즘 것들은'이란 추임새로 일관되는 노인들의 한탄은 대부분 자신들이 감내했던 젊고 배고픈 시절의 묵은 내를 풍긴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노인들은 자연스레 뒤쳐졌다. 자신들의 뒤쳐짐에 대한 한탄은 보다 풍요로워 보이는 요즘 것들에 대한 규탄으로 발전한다.

 

사실 노인은 대접받을 권리가 있다. 그들은 새로운 시대를 위해 지나간 시대를 견뎠고, 버텼으며 결국 이겨낸 존재들이다. 그렇게 시대를 견디고 버티며 이겨내서 얻은 것이라곤 고작 탑골공원 인근의 영토와 지하철에서의 고성방가 따위다. 여간 성가시고 귀찮아서 방치해 버려야 할 시대적 퇴물들이 도심의 귀퉁이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소주나 막걸리를 들이키고 욕지기를 퍼붓거나 우두커니 내려앉는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 1위 국가다. 노인들은 힘들다. 그래서 청년들을 욕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 국가이기도 하다. 자살률 자체가 1위다. 청소년도 힘들고, 노인도 힘들고, 며느리도 힘들고, 엄마도 힘들고, 아빠도 힘들다. 대한민국에선 한 달에 1200명 정도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모두가 힘들다. 자기 살 길이 바쁘고, 힘겹고, 고단하다. 미래를 꿈꾸지 못하는 청년들의 세상에서 노인이란 그저 낡아서 자연스레 도태돼버려야 마음이 편한 단어가 돼버리고 있다. 그 누구도 노인을 돌볼 생각을 못한다. 하지만 누구나 노인이 된다. 그렇게 이 사회로부터 도태된 단어가 돼서 도심의 한 켠으로 밀려나 홀로 우두커니 주저 앉거나 악다구니를 쓴다. 그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는 곳에서, 귀를 기울이지 않는 곳에서. 대한민국은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그렇게 됐다. 불행한 세상이다. 모두가 다 그렇게 스스로 언젠가 도태될 것이라는 운명을 스스로 목격하고 눈감으며 모른 척 살아간다. 이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없어졌다.

'도화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악플의 허수  (0) 2014.11.16
아버지와 나  (1) 2014.11.12
<해피 투게더> 그리고 서태지에 관한 단상  (0) 2014.10.10
연애의 발견  (0) 2014.10.05
애플워치 그리고 애플의 생태계  (0) 2014.09.10
Posted by 민용준
,

고독에 관하여

culturist 2014. 1. 19. 16:37

외기러기 같은 영혼의 허기를 채우고자 사람들은 바삐 친구를 맺고 댓글을 단다. 하지만 필요할 땐 잠시 고독해도 좋다. 고독이야말로 당신의 외로움을 치유할 비상구다.

 

 

Posted by 민용준
,

자살

도화지 2009. 6. 2. 08:58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고, 일주일 간 참혹한 마음을 품었다가 광장의 풍경에 또 한번 마음이 스산해졌다, 그러다 일요일에 애인의 이별 통보를 받고, 날을 새고 나간 다음 날 오후 인터뷰에서 녹음 절반을 날려먹은 걸 뒤늦게 깨닫고 머리를 쥐어 뜯다가, 늦은 시간 시사회까지 챙겨보고 집으로 기어들어왔다. 발 끝까지 졸릴 정도로 체력의 한계를 느꼈다. 생각해보니 내가 요즘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있나. 그냥 쓰러져 잤다. 이른 아침에 눈을 떴다. 담담하다. 담담한 가운데 그냥 사는 것 자체가 허무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냥 말이다. 삶과 죽음이 하나가 아니겠느냐. 그래서 죽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문득 품었다. , 그래도 내가 죽으면 슬퍼할 사람이 좀 있을까 싶다가도 문득 그딴 게 죽고 나서 무슨 상관이려나 싶기도 하고. 그러니까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냐. 자살 말이다. 자살. 이런 말하면 어떤 이는 말하겠지. 자살이라는 걸 그리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고, 혀를 끌끌 찰 거다. 그 마음 이해하오. 하지만 사람이라는 게 본디 그렇게 쉽게 생과 사를 판단하고 결정한다고 여겨 행동으로 옮겼다 정리한다면 그것만큼 서운한 게 있으리오. 그냥 말을 내뱉는 게 아니라, 문득 그렇다. 이렇게 살다가 뒤지는 거나 지금 조금 일찍 삶을 정리하는 거나 뭐가 다를까. 내 삶이 허무해서 내가 간다는데 네가 내 멱살을 잡고 내게 충고와 연민을 던진다면 난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냥 뒤지고 싶다. 문득. 이상하게 갑자기 삶에 미련이 생기지 않아. 그냥 문득 요즘은 다시 태어나면 정치도 하지 않고, 사랑도 하지 않고, 저축 따위도 할 필요가 없는, 그냥 그런 동물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이왕 태어나는 거 땅 위를 달리는 짐승이 아닌 하늘을 나는 새가 됐으면 싶어. 사람에게 맞아 뒤지는 한이 있더라도 한번쯤 그냥 하늘을 제 의지로 날아오르는 무언가가 되고 싶다. 땅에 발 딛고 사람처럼 산다는 게 점점 지친다. 

 

혹자들은 자살이라는 게 불순하고 최악의 행위라고 말하지만 난 자살이라는 게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숭고하고 존엄한 선택이라고 본다. 자신의 삶을 끊어버림으로써 증명하고 싶은 가치라는 게 있다는 게 난 가장 인간적인 방식의 자기애라고 본다. 타인의 자살을 비웃지 마라. 네 삶이 그토록 위대한 것일지 몰라도, 어느 타인의 죽음도 그만큼 위대하다.

'도화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R.I.P. Never Ending Michael Jackson  (0) 2009.06.28
눈물 대신 밥을 먹겠다.  (0) 2009.06.04
엄마의 <마더>  (0) 2009.06.02
그대, 아직 깨어있는가.  (1) 2009.05.29
20대의 상실감, 노무현의 빈자리  (0) 2009.05.26
Posted by 민용준
,

예민한 접사를 통해 누군가의 생채기를 세심하게 더듬어 가는 시선의 끝엔 영문을 알 수 없는 어떤 죽음이 존재한다. <우리집에 왜왔니>(이하, <우리집>)는 비극적이라 단정짓기 쉬운 결과를 통해 시작되는 영화다. 물론 영화엔 어떤 비극적 암시가 없다. 그 비극은 단순히 상황 그 자체에 대한 해석에 불과하다. 실상 영화적 태도와 무관하다. 온전히 영화의 태도를 빌려서 말하자면 이건 비극이 아니다. 그러니까 어떤 이의 특별한 사연일 뿐이다. 그 죽음은 누군가의 기억을 다시 온전히 되돌리는 계기가 된다. 병희(박희순)는 다시 한번 기억을 따라간다. 그 기억엔 이수강(강혜정)이 있다. 만남부터 이별까지 결코 평범할 수 없었던 한 여자가 있다. 이야기도 거기서 시작된다.

Posted by 민용준
,

자살에 대한 개념

도화지 2008. 10. 13. 15:54

난 자살에 대해 손가락질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부류다.

'도화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능  (0) 2008.11.14
SK '생각대로' CF 야구 시리즈  (1) 2008.10.19
개념 상실의 시대  (2) 2008.09.19
슬픔에 관한 잡념  (0) 2008.08.31
무더위, 올림픽, 전쟁  (0) 2008.08.10
Posted by 민용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