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나는 행복합니다>가 9일 오후 2시,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언론에 공개됐다. <소름><청연>을 연출한 윤종찬 감독의 세 번째 작품 <나는 행복합니다>는 올해 타계한 이청준 작가의 단편 소설 ‘조만득 씨’를 각색한 작품으로 현빈과 이보영이 주연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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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의 영화는 항상 김기덕으로 수렴한다. 김기덕의 영화를 논리정연한 서사의 텍스트로 해석하는 건 무리다. 근래 발표하는 작품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의식의 흐름에서 비롯된 추상적 퍼포먼스를 씬과 씬 사이에 이어 붙이곤 하는 김기덕의 영화를 서사적 논리의 연속성을 염두하고 쫓아간다면 난감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그것은 ‘김기덕’이란 고유명사적 자의식으로 채워져 있다. 지극히 사적인 관념 안에서 응축되거나 확장된 추상적 자의식을 추적하기란 편한 일이 아니다. 때때로 사소한 미장센조차도 잠재적 의미가 존재하리라 의심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적확한 해석은 결국 그 해석의 대상만이 지닌 것일 수밖에 없다. 결국 관찰자의 추론은 그 의식적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김기덕의 열다섯 번째 영화 <비몽>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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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수많은 디지털 네트워크에 포위된 채 살아가고 있다. 길거리에 설치된 무인 카메라는 시종일관 사람들을 감시하고 휴대폰의 전파는 개개인의 동선을 끊임없이 추적한다. 정보의 바다라 불리는 인터넷에서 개인의 정보는 검색 한번으로도 수십 차례에 걸쳐 노출된다. 편의를 위해 개발한 자동화 시스템 속에서 인간의 일상은 보이지 않는 눈과 귀에 노출된 채 잠재된 관음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이글 아이>는 그 수많은 눈과 귀에 둘러싸인 인간들의 편의가 통제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위협의 메시지를 담아낸 액션 스릴러를 표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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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와 두 남자의 관계는 연애와 결혼이라는 제 각각의 방식의 차이로 소통된다. 긴 연애는 실연이 되었고 갑작스러운 로맨스는 결혼으로 이어졌다. 현정(문소리)은 실연의 상처에서 달아나듯 상훈(김태우)의 마음으로 도피했고 그로부터 위안을 얻었다고 판단하지만 이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눈 가리고 아웅’임을 드러낸다. 현정은 상훈과의 결혼생활에 헌신적이지만 첫 만남 당시의 애틋함은 지속적 일상에서 샘솟는 권태로 희석되고 점차 피해의식마저 자리잡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민석(이선균)은 봉인된 과거의 그리움을 불쑥 해방시킨다. 풍화되지 못하고 시간에 덮여있던 과거의 연애담은 결혼생활의 권태를 더욱 지겹게 각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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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만이 살 길이다. (베트남에서) 이겨서 돌아오라. 대통령 각하 만세. 새마을 운동. 어느 시대를 추억하는 용어들이 이처럼 삭막한 건 그 시절의 낭만이 철저히 억압됐기 때문이다. 통금과 단속이 난무하던 1970년대 유신의 시대에서 낭만은 잡초가 아니고서야 싹을 피우지도, 뿌리를 내릴 엄두도 내지 못했다. <고고 70>은 그 어두운 70년대에 음지에서 잡초처럼 자라났던 대한민국의 1세대 밴드들, 더 나아가 시끄러운 밤을 열망했던 그 시절 청춘을 위한 일종의 위령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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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은 시대적 변화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들며 저항하기 보단 생존의 가능성을 먼저 본능처럼 익힌다. 1930년대 일제 치하 경성에서 살아가는 패망한 나라의 후손들 역시 그 환경에 천착해 살아가는 이가 대다수였을 것이다. 시대적 배경과 무관해질 수 없는 이분법의 운명론에 밀착한 인물들이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기록되지만 실상 대부분의 이름없는 민중은 옷을 갈아입듯 자연스레 그 시대적 변화에 편입됐을 것이다. 다만 그 사이에 일제 치하의 권력에 밀착해 풍요로운 삶을 타전하는 이들이 존재했거나 잃어버린 역사를 되찾고자 시대에 극렬하게 저항하는 두 부류의 극점 같은 존재들이 일부로서 존재했을 것이다. <모던보이>는 그 시대에 대한, 혹은 그 시대에 함몰된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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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권 이주노동자를 영국 회사에 중계해주는 직업소개소에서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는 싱글맘 앤지(키얼스턴 워레잉)는 상사의 성희롱에 발끈한 뒤, 납득할 수 없는 해고 통지를 받게 된다. 자신의 룸메이트 로즈(줄리엣 엘리스)에게 이런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던 앤지는 그녀에게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제안하고 동업을 권한다. 그녀가 제안한 사업 아이템이란 무허가 불법 직업소개소를 차리는 것인데 로즈는 이에 불안해하지만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솔깃해 결국 제안을 수락한다. 결국 ‘앤지와 로즈의 레인보우 인력소개소(recruitment)’를 설립한 앤지와 로즈는 각각 오토바이와 웹사이트를 이용해 기동성 있는 홍보와 신속하고 민첩한 대응, 그리고 미인계까지 동원하며 시장을 확보해나간다. 하지만 자신들이 중계해준 공장에서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하기 시작하며 앤지와 로즈는 점차 곤혹스러워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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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망울들이 눈물이 번지듯 이지러진다. 구름이 이동한다. 바람이 분다. 화창한 어느 날, 대기는 평온하다. 17살 여고생 다이아나(에반 레이첼 우드)와 모린(에바 아무리)이 화장실에서 난데없이 찾아온 죽음의 기로에 당면한 그 순간에도 대기는 평온하다. <인 블룸>은 몽환적인 오프닝 시퀀스를 지나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난사사건 안에서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다이애나와 모린의 급박한 상황을 비춘 뒤, 그로부터 달아나듯 15년 뒤의 다이애나(우마 서먼)를 등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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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요정이 공존하던 시절, 인간의 지배적 욕망은 요정계를 자극하고 결국 두 종족간의 전쟁이 일어난다. 인간에 맞선 요정계의 왕 발로는 황금으로 만든 불사의 군대, ‘골든 아미(Golden Army)’를 만들어 전투에 투입하고 전장은 살육의 바다가 된다. 요정계의 왕은 전쟁에서 승리했으나 살육에 대한 자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골든 아미를 봉인한 뒤, 인간과 불가침 휴전 협정을 맺는다. 유년 시절 헬보이가 들었던 그 동화의 후일담은 결국 헬보이(론 펄먼)가 대면할 현실이 된다. 지옥의 열쇠가 될 운명을 거부한 붉은 악마는 골든 아미를 찾아 떠나는 어드벤처 미션 <헬보이2: 골든 아미>(이하, <헬보이2>)를 통해 본격적인 2차 성징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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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단평

cinemania 2008. 9. 23. 01:20

이지형의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를 원작으로 한 정지우 감독의 <모던보이>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되 좀 더 복잡한 경우의 수를 두며 결말을 철저히 변주했다. 역사적 주관을 가미하되, 그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신기전>과 같은 국수주의적 천박함과 비교하자면 상당히 세련된 주의다. 스스로를 낭만의 화신이라 지칭하는 이해명은 원작소설처럼 반쯤 껄렁하고 말도 많지만 실로 그 의지도 대단하다. 김혜수를 연상해보진 않았지만 김혜수가 연기한 조난실도 어색하지 않다. 굳이 원작소설을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그리 알 필요가 없는 정보일지 모르겠지만 원작에서 변주된 스토리가 성공적으로 정착된 느낌이다. 가장 크게 변주된 건 결말부인데 이해명의 비정치적 자유관념에서 비롯된 시대적 냉소를 얹은 원작의 결말은 시대와 개인의 선택적 갈등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로맨스적 안타까움이 짙은 농도로 첨가된 비극의 형태로 변주됐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이해명은 마지막 순간조차도 낭만의 화신으로 분하고 있으니. 다만 설명이 부족하던 조난실에 살이 더 붙었고, 신스케는 원작의 기본 설정을 제외하곤 정반대의 기질을 지닌 캐릭터로 변주됐다. 전반적으로 원작의 굵직한 사건들을 재연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종종 그 개연성이 매끄럽지 않은 느낌을 준다는 점은 지적될만하다. 특히 숲 속에서 해명과 난실이 난투를 벌이다 사건이 무마되는 광경은 다소 감정적이라 석연찮다. 차라리 원작처럼 완전한 감정적 충동을 부르는 형태라면 또 모를까. 그럼에도 <모던보이>는 나름 성과를 거뒀다 할만한 작품이다. 때때로 이것이 자기 정체를 드러내고 싶어 안달 난 것마냥 제 이름을 밝히는 큼지막한 자막이 거슬리지만 1930년대 경성을 재현한 CG의 거짓풍경도 그럴싸하다. 물론 가장 큰 만족감은 <모던보이>가 민족주의와 개인주의 사이에서 줄타기에 성공했다 할만하단 점이다. 되려 밋밋한 양상으로 결말을 맞이한 소설의 냉소주의보다도 결단력 있는 영화적 결말이 좀 더 맘에 든다. 어린 시절 일본인을 꿈이라 말했던 낭만의 화신 모던보이는 결국 천황폐하신민이 될 수 없는 꼭두각시의 삶에서 이탈한다. 그 과정만으로도 유쾌함과 처연함이 공존한다. 누가 모던보이를 미치게 하는가. 그건 사랑마저도 냉소하게 만드는 운명이란 원죄다. 조센징이거나 친일파거나, 아니면 망하거나 죽거나.

 

P.S>김혜수의 보컬이 꽤나 훌륭하다. 할리우드처럼 국내에서도 근사한 뮤지컬 영화에 김혜수가 출연한 모습을 상상해봤다. 안무도 노력한 흔적만큼 괜찮은 편이다. 사실 김혜수의 춤은 <모던보이>에서 버라이어티한 이미지가 극대화된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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