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이마주 편집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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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이마주 편집장인
1. <밤과 낮>
홍상수의 남자들은 언제나 비루하게 흔들리고 홍상수의 여자들은 그 흔들리는 남자에게 마음을 잘도 열었다 닫곤 한다. 밤과 낮이라는 차별적 서사 안에서 파리와 서울이라는 이질적 공간이 반대편에서 동시에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 그리고 그 동시간에 놓인 반대의 영역적 공간이 물리적 시간을 반대편으로 밀어내며 서로의 차이를 동일하게 보존하고 있음이 체감될 때 이 영화는 온전히 신비롭다. 무덤덤하면서도 일상적인 언어로 되풀이 되는 순간들이 경이롭게 발견된다. 여성의 음부를 세상의 기원이라 말하는 쿠르베의 그림처럼 일상이야말로 가장 탁월한 영화적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밤과 낮>은 증명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실로 경이로운 영화적 체험이 아닐까. 현실에서 곧잘 보지 못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상들이 영화를 통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2. <미쓰 홍당무>
<미쓰 홍당무>는 올해의 발견이다. 물론 <추격자>도 발견이라 말해야겠지만 <추격자>는 그보단 성과라고 말하고 싶다. <추격자>가 문법적 응용이라면 <미쓰 홍당무>는 문법의 창작에 가깝기 때문이다. 물론 제작자
3. <멋진 하루>
오래 전 헤어졌던 전처가 찾아왔다. 350만원을 받기 위해서. 이상한 만남에 이어 이상한 동행이 시작된다. <멋진 하루>는 일종의 로드무비이자 이상한 로맨스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모든 동선과 감정의 궁극적 종착지는 낭만을 통한 치유에 있다. 서울 곳곳의 풍경이 생경하면서도 드넓다. 카메라의 탁월한 구도 감각 덕분이기도 하지만 동행하는 두 사람의 심리 변화가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에 적용되는 인상이다. 단 하루 동안 지속되는 동행엔 지난 로맨스의 낭만이 깃들기도 하고, 삭막한 현실의 암담함이 그늘지기도 한다. 그 만남은 결국 도피적 일탈이 아닌 치유적 여행이 된다. 350만원이라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액수의 금액은 희수의 태도를 애매모호하게 만들고, 지나치게 넘치는 병운의 낙관적 태도는 그 예측불가능한 동선을 그린다. 삭막해서 무료한 삶에 생기가 돈다. 지난 로맨스에서 비롯된 채무관계가 추억을 복원한다. 아이러니하지만 따뜻하다. 해프닝 같은 사연으로 깊은 드라마를 만들었다. 두 배우의 연기만큼이나 깊고 투명한 울림이 인상적이다. 지극히 사소한 방식으로 특별한 감수성을 선사한다.
4. <나의 친구 그의 아내> 신동일 감독
골목을 빽빽하게 메운 차량들로 가득한 이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비극인지, 퇴근하고 나서도 상사의 복귀 명령에 다시 회사로 달려가야 할지 모를 불안감에 떨어야 하는 이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비극인지, 이 영화는 정말 대한민국이라는 연옥을 실감하게 한다. 물론 그런 비극 같은 상황을 엮어내는 타이밍이 절묘하다. 극적인 재미가 충분하다. 관계가 뒤엉키는 찰나가 파국으로 빚어지는 여정들이 흥미롭게 이어지고 펼쳐진다. 정치적인 메타포들이 하나같이 극을 위해 봉사하면서도 때떄로 시치미 뚝 떼고 제 얘기를 한다. 가볍게 유희적이지만 한편으로 진지하게 엄숙하다. 소심한 척은 다하면서 극단적인 세기를 보여준다. 2년 만에 개봉했다는 게, 그리고 고작 4개관에서 개봉됐다는 게 아이러니할 정도의 수작이다.
5. <추격자>
이 영화를 이야기하는 건 지루한 일이 됐다. 하지만 <추격자>는 분명 중요한 영화다. 날것의 기운이 곳곳에 배어있다. 그 기운이 장르적으로 밀착해서 완전한 몰입을 발생시킨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단순히 영화적인 영역을 넘어 시사하는 바가 많다. 비범한 재능을 지닌 신인 감독의 성공이, 탄탄한 내공을 지닌 연기파 배우들의 성공이, 그리고 그런 영화를 지지한 관객들의 움직임이, <추격자>의 진면목이다. 정서적으로 암울하고 지독하게 잔인한 이 영화의 악랄함이 끌어낸 호응의 수치야말로 현재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솔직한 정서에 가깝다. 수많은 시상식이 이미 이 영화의 가치를 지겹게 설명하고 있지만 현재 한국영화에서 부족한 어떤 요소가 분명 <추격자>에 존재한다. 물론 이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는 분명 잘 만든 영화에 속한다. 우린 그것을 구별해야 한다. 이 영화가 이토록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배경에 대해서 유념할 필요가 있다. <추격자>가 중요한 건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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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의사들이 등장했다. 실체 없이 직함만 건 의사가 아니었다. 수술복을 입고, 메스를 들고, 종양을 적출했다. 그들의 손에 생사가 오갔다. 그들의 흰 가운은 인증용이 아니었다. 레지던트 1년 차 봉달희도, 명인대 부교수 외과수술 <외과의사 봉달희>는 한국판 <그레이 아나토미>라 불렸다. <하얀 거탑>은 의학드라마라기 보단 정치드라마란 평이 우세했다. <외과의사 봉달희>의 받아쓰기란 비아냥을 듣고 시작된 <뉴하트>는 ‘시즌2’가 언급될 정도로 호감을 이끌어냈다. 의학 드라마가 줄줄이 흥행에 성공했다. 장사가 되니 묵힌 아이템도 창고에서 방출됐다. <종합병원2>가 발 빠르게 기획됐다. 무려 14년 전 그 <종합병원>의 후속이란다. ‘시즌2’라는 그럴듯한 핑계를 대고 있지만 시장상황에 힘입은 재출고나 다름없다. 의사는 브라운관의 새로운 양자가 됐다. 드라마 속 의사들처럼 현실의 의사들도 생명을 관장한다. 오장육부를 재생시키고 복원한다. 드라마에서 수술대에 오르는 환자들은 항상 생존 여부와 직결되는 수술을 받곤 한다. 환자의 여생이 의사의 손이 걸렸다. 수술은 최후의 수단이나 다름없다. 약물치료가 가능한 환자에게 수술을 강행할 이유는 없다. 수술실에 들어가는 의사들은 외과의(surgeon)다. 브라운관의 의사들이 외과의로 가득한 건 이 때문이다. 드라마는 수술실에 따라 들어가 수술장면을 카메라에 담아야 한다. 그래야 시청자의 흥미를 끈다. 의학 드라마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수술이다. 수술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생명과 직결될만한 위급한 상황이 묘사될 때 긴박감이 커진다. 단지 수술장면이 필요하다면 굳이 흉부외과일 필요는 없다. 사실상 대부분의 종합병원에서 수술빈도가 가장 많은 건 정형외과다. 그럼에도 드라마는 정형외과를 비추지 않는다. 정형외과 수술도 뼈와 살이 튄다. 액션이 크다. 그러나 대부분 생명에 지장은 없다. 드라마틱하지 않다. 흉부외과 수술이 드라마에서 팔리는 이유는 여기 있다. 심장이 멈췄어요! 이 정도 멘트는 돼야 값을 쳐준다. 흥분도, 긴장도 최고조로 오른다. 시청률도 오른다. 고로 흉부외과 전문의가 집도한다. 인기를 얻은 세 드라마의 포지셔닝은 외과였다. 그 중 둘은 구체적으로 흉부외과다. 수술실에서 집도가 이뤄지면 화면에 긴장감이 넘쳤다. 인간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 혈압이 떨어집니다. 맥박도 약해집니다. 수술실에 긴장감이 돈다. 생사가 경각에 달린다. 의사들도, 시청자들도, 동공이 확대된다. 수술실에도, 안방에도, 긴장감이 돈다. 이만한 클라이맥스가 없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믿을 건 의사 손밖에 없다. 산전수전 겪어본 경력자든, 분위기파악 못하는 풋내기든, 환자를 살리고 싶은 표정에 역력하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면 의사는 인간을 살린다. 피부를 가르고 체내의 환부를 살핀다. 인형의 건전지를 갈아 넣듯 사람을 재생시킨다.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다. 드라마 속 의사들은 그래서 울고 웃는다. 그들은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자기 감정을 표출한다. 시청자를 울리고 웃기고 싶어한다. 수련과 전공 의사가 되려면 총6년간의 학생 신분을 거쳐야 한다. 기초과학부터 모든 과목에 대한 이론과 대략적인 실습을 거친다. 예과 2년과 본과 4년을 지나 졸업시즌이 되면 비로소 국가 의사고시를 치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고시에 합격한 이는 의사자격증을 얻고 비로소 의사로서 개업할 수 있는 일반의 자격을 얻는다. 일반의 자격을 얻은 졸업생들은 대학병원에 지원해 채용되면 5년 간의 임상 수련 과정을 거친다. 모든 과에 대한 짧은 실전을 거치는 인턴 1년과 본격적인 전공 경험을 쌓는 레지던트 4년으로 이뤄진다. 수련의는 학생 신분이 아니다. 의사로서의 경력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수련의 과정이 끝나면 전문의 시험을 치르고 시험에 합격하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다. 최근엔 의대가 아닌 일반 4년제 대학을 나와도 의사가 될 수 있다. 특별히 요구되는 몇몇 과목을 이수했다면 의료전문대학원에 진학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대부분 의료 선진국에서는 예전부터 시행되던 제도였다. <슬램덩크>의 가장 큰 묘미는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대부분의 의사나 간호사는 냉정하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선 오로지 판단이 중요할 따름이다. 살릴 수 있느냐, 없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생사와 무관한 환자에겐 당연히 심드렁해질 수밖에 없다. 일종의 자기 방어이기도 하다. 그들은 삶을 위한 존재이기도 하나 항상 죽음을 대면하는 존재다. 개개인의 사연에 감정이입을 한다는 건 스스로 위험해지는 길이다. 드라마에서 환자 개인에게 엄청난 열정을 쏟는 의사나 간호사의 모습도 그들에겐 비현실적이다. 대학병원에서 의사나 간호사가 상대하는 환자의 수는 만만찮다. 환자 개개인의 생존여부에 감정을 이입할만한 겨를이 없다. 그 와중에 어느 특정한 환자에게 특별한 애정을 펼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한 환자의 특별한 사연을 한 회 에피소드에 가득 채워 담은 드라마의 습성은 그들이 사는 세상과 동떨어져 보인다. 드라마가 수술을 급박하게 묘사하는 것과 달리 현실의 수술은 위급한 상황조차도 예측범위에 포함된다. 냉랭한 수술실 공기마냥 현실의 그들은 한없이 침착하다. 어떤 긴박한 상황이라도 호들갑이란 수술실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후배는 선배에 대한 복종만이 있을 뿐이다. 흉부외과 <외과의사 봉달희>의 봉달희는 흉부외과 레지던트 1년 차다. <뉴하트>의 남혜석도 흉부외과 레지던트 1년 차다. 흉부외과 레지던트가 벌써 드라마에서만 2명이다. 인턴에서 레지던트로 넘어갈 때 비로소 전공을 선택한다. 과마다 인기가 다르다. 지원자로 넘치는 과와 한산한 과가 나뉜다. 선택은 당연히 성적순이다. 인턴 과정을 포함해 학생 시절부터 국가고시까지의 성적이 반영된다. 최근 2009년도 전기 전공의 원서 마감이 이뤄졌다. 결과 전국 63개 대형병원에서 76명의 흉부외과 전공의를 선발하기로 했다. 지원자는 18명이었다. 경쟁이 무의미해졌다. 지원자가 있다는 게 감지덕지하다. 경쟁률이 0.23대 1 수준이다. 흉부외과는 기피 대상 1호다. 현실은 드라마틱하지 않다. <뉴하트>에서 레지던트 1년 차 남혜석은 흉부외과에 지원한다. 병원장인 아버지는 그런 딸을 말린다. 병원장 아버지가 레지던트 수련의 생활을 앞둔 딸의 흉부외과 지원을 만류하는 건 괜한 걱정이 아니다. 실상 드라마도 흉부외과의 열악한 현실을 반영한다. 현재 전공의 모집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끄는 과는 정신과, 피부과, 성형외과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술에 들이는 노력에 비해 수익의 발생이 크다. 그 반대로 흉부외과, 산부인과, 일반외과는 기피대상이다. 일은 힘들고 수익률은 낮다. 흉부외과는 최악이다. 심장 수술엔 고난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수술 시간도 장시간이 소요된다. 10시간은 보통이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피로하다. 그만한 보상이 따르는 것도 아니다. 돈벌이가 가장 어려운 전공이다. 수술 빈도가 높을수록 병원은 돈을 번다. 한 번 수술에 긴 시간을 소비하는 심장 수술을 하루에 여러 번 하기란 힘들다. 병원 입장에서는 돈 안 되는 사업이다. 의사입장에서도 돈 안 되는 장기다. 흉부외과 의사는 개업의가 되기 힘들다. 개인병원은 심근경색이나 폐암 수술을 할만한 여건을 갖추기 어렵다. 종종 개업하는 흉부외과 의사도 있다. 하지만 흉부외과 의사로서가 아니다. 일반외과에서 다루는 하지정맥류 같은 시술을 전담한다. 4년간의 레지던트 과정이 무기력해진다.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건 유일하게 수술실이 있는 대학병원에 남는 길이다. 특별한 뜻을 품고 있지 않은 이상 흉부외과에 지원하는 수련의는 찾기 힘들다. 어느 종합병원은 흉부외과 의사가 3명이지만 정작 수련의는 1명뿐이다. 보통 흉부외과에서 심근경색이나 심장 판막술과 같은 심장 수술에 필요한 인원은 최소 12명 가량이다. 레지던트를 포함한 의사 4~5명이 매달려야 한다. 전문의가 시술한다 해도 서포트할 전공의가 없다. 그 공백을 간호사와 응급구조사가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공의의 잔업마저 전문의들이 떠맡게 된다. 흉부외과는 수술 후 경과를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다. 환자의 의식이 돌아오기까지의 과정도 수술의 연장이다. 흉부외과는 생명과 직결되는 수술을 한다. 다른 병과와 달리 수술 후까지 환자의 생명이 유지되는가가 중요하다. 환자의 의식이 돌아올 때까지 심장이 제 기능을 유지하는지 살펴야 한다. 수술뿐만 아니라 수술 후 경과를 살필 인원이 없다. 수술 이외에도 의사의 몫이 가중된다. 당직근무의 연속이다. 휴식은 고사하고 잠도 부족하다. 괴로운 건 의사뿐만이 아니다. 흉부외과 수술은 팀워크가 중요하다. 사소한 손놀림으로 환자의 심장이 영원히 정지할 수 있다. 손발이 맞는 인력으로 수술팀이 구성된다. 대부분의 수술실 간호사는 로테이션을 통해 모든 병과의 수술을 익힌다. 하지만 흉부외과는 대부분 전담 간호사를 둔다. 특정 인원을 스페셜리스트로 육성한다. 장기간 호흡을 맞춘다. 덕분에 퇴근 후에도 흉부외과 응급 수술이 발생하면 ‘콜’을 받고 달려와야 한다. 사생활을 가질 시간조차 없다. 오버타임 근무는 일상다반사다. 견디기 힘들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간호사들은 당연히 흉부외과에서 근무하길 기피한다. 공공의 적이 따로 없다. 다른 과의 간호사들은 업무가 비면 순환이 자유로운 것과 달리 흉부외과는 고정적인 인원끼리 수술에 매달려야 한다. 전공의의 충원이 없는 이상 잔존 인원끼리 버텨야 한다. 경력에서도 큰 도움을 얻지 못한다. 흉부외과의 고단한 업무를 벗어나려면 흉부외과 수술실을 벗어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반적인 로컬 병원에서는 흉부외과의 특별한 경험보단 보편적인 내과나 외과의 경험을 높게 산다. 사면초가다. 흉부외과는 생명과 직결되는 수술을 한다. 의학이 사람을 살리는 인술이라 정의한다면 흉부외과야말로 그에 가장 근접한 의료행위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심장을 다루는 건 비단 흉부외과뿐만이 아니다. 순환기 내과도 심장을 다룬다. 하지만 내과는 수술과 무관하다. 그들은 수술복을 입지도, 메스를 들지도 않는다. 순환기 내과에서 치유되지 못한 환자는 결국 수술하게 될 공산이 크다. 흉부외과는 최후의 보루다. 신념과 현실 <뉴하트>의 흉부외과 전문의 최강국은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신념이 강한 의사다. 권력과 재물보다도 의사로서의 신념이 뛰어나다. 그런 그의 신념을 시청자는 우러러본다. 현실에서 흉부외과 의사는 고단하다. 알아주는 이도 드물다. 심장질환 환자는 해마다 느는 추세다. 10년 사이 세배가 급증했다. 전체적인 흉부외과 수술량은 두 배나 늘었다. 그 10년 동안 한해 배출되는 흉부외과 의사의 수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 수술은 느는데 의사는 줄고 있다. 기이한 일이다. 아이러니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흉부외과는 늪에 빠졌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그레이 아나토미>의 흉부외과 전문의 프레스톤 버크는 자부심이 대단한 엘리트다. 미국을 비롯한 의료 선진국은 대한민국과 형편이 다르다. 흉부외과에 지원하는 수련의가 차고 넘친다. 진료수가나 보수가 상대적으로 높고 부가적인 보험 혜택도 누린다. 이유는 명확하다. 인간의 생명을 가장 가깝게 좌우하는 병과이기 때문이다. 위험한 수술을 할수록 그만한 대우가 따른다. 생명이 걸린 수술분야는 정부가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흉부외과 지원자가 줄을 선다. 미국을 비롯한 의료 선진국은 흉부외과 의사를 최고로 대우한다. 한국에서 흉부외과 지원율이 낮은 이유도 명확하다. 근무 환경에 비해 대우가 열악하다. 수술이 없는 과일수록 인기가 좋다. 외과 분야는 철저한 외면대상이다. 대가 없는 일에 앞장서는 사람은 드물다. 심장판막증 수술에 10시간 매달려봤자 IPL피부시술 1시간만 못하다. 생명에 직결된 수술보다도 미용을 위한 시술이 대우받는다.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수련의가 몰린다. 1년에 두 번씩 열리는 정기 학회에서 흉부외과의 초라함이 드러난다. 새로 참여한 레지던트가 손에 꼽을 정도다. 박수를 치고 환영하지만 속은 씁쓸하다. 미래가 어둡다. 그들마저도 중도 포기자가 되곤 한다. 미달되는 정원만큼 개인에게 과다한 업무가 부여된다. 몸도 마음도 고달프니 일찍 포기하는 게 낫다. 악순환이 따로 없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정책적 대안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전공의 지원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외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에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내년 상반기부터 난이도가 큰 흉부외과나 외과 수술에 대한 진료수가를 추가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언 발에 오줌을 눴다. 여전히 춥고 배고프다. 진료수가를 1~2% 올려주는 것으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처우 자체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상태는 더욱 악화된다. 급성 심근경색증 심장수술엔 총 10명 가량의 인원이 참여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0만원 남짓으로 진료비를 책정했다. 인건비도 건지기 힘들다. 현장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정부의 무능함이 적나라하다. 흉부외과 수술은 수술 중의 꽃이라 불린다. 자동차로 치면 엔진을 만지는 것과 같다. 심장을 만지는 만큼 정교하고 세밀한 기술이 필요하다. 최고의 요원이 필요한 분야다. 그만큼 자부심이 대단하다. <외과의사 봉달희>의 한 흉부외과 교수는 말했다. “이대로라면 10년 뒤엔 흉부외과 의사를 수입해서 심장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몰라요. 의료 선진국 의사는 비싸서 힘드니 상대적으로 싼 동남아 의사들을 데려오겠죠.” 그럼 10년 뒤 드라마 속 흉부외과 의사도 동남아 출신 배우가 연기할까. 드라마가 비현실인지, 현실이 비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먹고 사는 게 중요한 시대다. 사람보다도 돈이 우선이다. 무능한 정부는 대책이 없고, 의사들은 열악한 길보단 좀 더 편한 길을 찾았을 뿐이다. 덕분에 10년 뒤엔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인에게 심장을 맡기게 될지 모를 일이다. 성형시대 ‘교육 관련 기관의 정보 공개에 대한 특례법’이 발의됐다. 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일부터 대학정보공시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의과대학 연간 등록금 평균은 860만원이 넘는다. 국공립 대학을 제외한 사립대는 대부분 천 만원 대를 넘거나 그에 육박한다. 의사를 한 명 키우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목돈 들여 의대를 보내는 건 대부분의 의사가 고소득직이기 때문이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 본질보다도 목적이 앞선다. 최근 카이스트(KAIST) 졸업생 중 의료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하는 이들이 늘었다. 의사는 여전히 선호되는 직업이다. 이공계의 서러움이 강한 대한민국에서 엘리트들은 의대로 모인다. 의대의 엘리트들이 흉부외과를 지원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필요한 곳에 사람이 없다. 의지만으로 버티기 힘든 세상이다. 귀가 없이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다. 귓바퀴가 뭉치거나 귓구멍 자체가 막혀버린 소이증 때문이다. 수술을 한다면 정상적인 모양을 찾을 수 있다. 아무리 이상하게 생긴 귀도 3번에 걸친 성형수술이면 정상적인 모양을 찾을 수 있다. 압구정에만 나가도 건물마다 성형외과 병원이 들어서있다. 정작 수술이 가능한 의사는 별로 없다. 성형외과 의사들 대부분은 미용성형에 관심이 많다. 돈벌이가 되는 까닭이다. 압구정이나 강남의 성형외과는 병원이 아니다. 미용실이나 다름없다. 머리를 자르듯 턱을 깎거나 코를 세우는 손님이 가득하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부도난 회사의 주식처럼 휴지가 됐다. 의사도 직업이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다. 하지만 저마다 직업윤리가 있다. 미용사가 머리를 깎는다. 의사도 턱을 깎는다. 의사는 미용사가 아니다. 물론 예쁜 얼굴로 자신감을 찾았다는 이의 사연은 나름 쓸만하다. 하지만 정작 근원적인 고통을 치유하지 못하는 의학의 용도가 의심스럽다. 식칼로 연필을 깎았다. 정작 무도 자르지 못한다. ‘의술은 인술이다.’ 묵은 말이 됐다. 개념은 변했다. 의술은 산술이고, 조형미술이다. 계산하고 치장하기 위한 기술이 됐다. 선생님은 어디 가고 사장님만 보인다. 환자는 없고 손님이 즐비하다. 의사와 자본 영국 사회적 사실주의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루크 필즈의 19세기 작품 ‘의사’는 병든 아이를 지켜보는 의사의 모습을 사실적인 화폭에 담았다. 그림 속 19세기 의사는 죽어가는 아이를 보며 고뇌한다. 오늘날 21세기라면 그 아이를 살릴 수 있었을까. 21세기 대한민국 의사들은 생명보단 자본을 다룬다. 돈 없이 병원 가봤어요? 안 가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드세요. 아버지가 돈이 없다면 아이는 죽을 운명이다. 의사는 고뇌라도 할까. 유전무병 무전유병. 이래저래 아픈 사람만 서럽다. 어느 설문조사에서 의사들을 대상으로 드라마 속 ‘비호감 의사 캐릭터’를 조사했다. 20대의 과반수가 ‘지나치게 희생과 봉사를 실천하는 의사’를 꼽았다. 젊은 의사들에게 희생과 봉사라는 개념은 낯설다. 조기교육의 효과다. 이미 기성세대는 많은 것을 몸소 실천했다. 의학도 산업으로 변질시켰다. 동네 슈퍼마켓이 사라지고 대형 할인마켓이 들어서듯 흉부외과가 지고 성형외과가 떴다. 헌신적인 의사들은 브라운관을 누빈다. 현실의 의사들은 비현실적이라 비웃는다. 시청자들만 감동한다. 그건 현실이 아니다. 현실적이지 않아서 감동한다. 드라마는 허구다. 흉부외과 의사의 비장한 결의도 결국 허구다.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다. 흉부외과의 비장함은 현실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생명을 구하겠다는 의사는 코흘리개들의 의사놀이에서나 찾아야 하나. 요즘 아이들도 그런 촌스런 놀이보단 피와 살이 튀는 살벌한 게임에 익숙할까. 사람을 살리는 것보다도 죽이는 게 익숙한 시대다. 애나 어른이나 하나처럼 삭막하다. 심장도 돈으로 사면 된다. 가난한 이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거짓말 같은 드라마라도 바라보며 대리 만족하던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여전히 말한다.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매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압구정에 즐비한 성형외과 간판이 조소하듯 불을 밝힌다. (프리미어 58호 'Deep 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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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에서 부탁한 리스트. 기준은 2008년 국내 개봉작. 대단할 것도 없고 지극히 사적인 리스트이니 어쩌고, 저쩌고, 이러쿵, 저러쿵, 은 사양하겠음. 일단 베스트 5편을 뽑고 생각해보니 한국영화가 한편도 없다는 것이 고민스러웠지만, 5편 모두 훌륭한 작품이니 후회되진 않는다. 워스트 5편은 뭐, 보시는 그대로. 더 졸작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리스트를 작성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참 피곤한 일인 것 같다. 나름대로의 이유 때문에 누락하기가 참 망설여지는 작품들이 있지만 어쨌든 정해야 하기 때문. 게다가 종종 놓친 영화도 있고. 그렇게 많은 영화를 봤지만 정말 보고 싶던 어떤 영화는 못보기도 했고. 결국 사적인 애정이 뒷심을 발휘하는 것 같다. 이 중, <다크나이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데스노트 L: 새로운 시작>의 짧은 단평을 남긴다. 여하간 그렇다. 2008년도 가고 있다.
참고로 노컷뉴스의 편집판은 보지 못했다. 리스트는 여러 사람의 의견이 수렴돼 조절된 것으로 보이고, 글은 내부적으로 편집된 것으로 알고 있음. 고로 이건 최초로 작성한 원문과 리스트임.
Best 1. 다크나이트 Dark Knight 2. 데어 윌 비 블러드 There Will Be Blood 3.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an 4. 바시르와 왈츠를 Walts With Bashir 5. 월-E Wall-E Worst 1. 맨데이트: 신이 주신 임무 2. 날라리 종부전 3. 쉿! 그녀에겐 비밀이에요. 4. 데스노트 L: 새로운 시작 5. 20세기 소년: 제1장, 강림 <다크나이트> 제목에서 ‘배트맨’이라는 문구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기이하지만 영화를 본다면 수긍할 수 밖에 없다. <다크 나이트>의 주인공은 배트맨(크리스찬 베일)이지만 이것은 굳이 배트맨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실질적으로 <다크 나이트>를 지배하는 건 조커(히스 레저)다. 그는 배트맨에 의존해 악을 제압하는 고담시의 체제적 오류를 파고든다. 폭력을 제압하는 폭력의 딜레마를 조롱하더니 이내 쥐고 흔든다. 배트맨 홀로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퍼즐을 만들어 고담시를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조커가 만드는 혼돈의 기반은 법치의 무력 앞에서 배트맨이 취한 정당한 폭력을 부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조커를 통해 배트맨이라는 안티히어로의 정체성을 흔든다. 초현실적인 비범함을 무장했던 영웅의 슈트 안에서 웅크린 인간의 내면적 심리를 탐구한다. 시선은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세상 곳곳으로 확대된다. 미시적이면서도 거시적인 시선이 촘촘하고 광활하다. 블록버스터의 양식으로 완성한 섬세한 드라마의 디테일이 보는 이를 내외적으로 압도한다. 걸작의 너비와 깊이, 그 모든 것이 완전하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데뷔작으로부터 24년, 코엔 형제는 비로소 오스카의 호명을 받았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이하, <노인>)는 평단과 관객의 극찬 속에서 걸작의 반열에 올랐다. 극악한 살인마 안톤 쉬거를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냉철하고도 흉악한 살인마를 연기했다. 무미건조한 정적 속에서 뚜벅뚜벅 다가오는 긴장감은 피할 수 없을 정도의 위압감을 발휘한다. 어떤 배경음 하나 등장하지 않는 <노인>은 정적 그 자체를 배경으로 미세한 소리 하나에도 반응을 부른다. 안톤 쉬거(하비에르 바르뎀)와 모스(조쉬 브롤린)가 처음으로 대면하기 직전의 긴장감은 질식할 정도로 대단하다. 노인 복지에 대한 냉철한 진단처럼 보이는 제목은 그 극악한 상황을 뒤늦게 대면하는 보안관 벨(토미 리 존스)의 참혹함과 맞닿아있다. 선의보단 악의가 지배하는 살풍경에서 오랜 경험과 지혜는 결국 제압당하기 좋은 노쇠함에 불과해진다. 괴력을 지닌 스릴러적 내공 앞에 감탄을 보내다가도 그 끔찍한 시선에 담긴 내면의 진심 앞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 <데스노트 L: 새로운 시작> 완결된 원작 만화를 2편으로 나눈 영화로 재생산한 <데스노트>시리즈의 야심은 스핀오프로 이어졌다. <데스노트 L: 새로운 시작>(이하, <데스노트 L>)이란 제목처럼 스핀오프는 L(마츠야마 켄이치)을 위한 영화다. 존재 자체로 궁금증을 자극하는 캐릭터는 이야깃거리가 되기 좋은 상대임에 틀림없다. <데스노트 L>은 그 지점을 파악하고 달려든 기획이다. 문제는 캐릭터를 앞세운 영화가 본래 캐릭터의 매력을 온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캐릭터의 고유한 특성마저 파괴한다. 밀폐된 환경 안에서 뛰어난 두뇌로 사건을 컨트롤하던 L을 활동성 인간으로 묘사한다. 영화를 통해 캐릭터의 이면을 발견하겠다는 야심은 그럴 듯 하지만 본래 매력과 관계없이 캐릭터를 창작해버렸다. 게다가 제도와 윤리에 대한 물음 자체는 실종됐다. 다소 유치한 활극 안에서 L을 평범한 히어로로 만들어버렸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소모시키며 증명한 건 몰지각한 기획 남발의 끝을 명확하게 증명한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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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보다도 예쁜 남자, 이름하여 마성의 게이.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이하 <앤티크>)엔 게이가 나온다. 남자끼리 손도 잡고, 엉덩이도 만지고, 키스도 한다. 개봉 주 50만 관객을 동원했다. 게이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생각할까. 종로에 있는 한 게이바에 가서 물었다. <앤티크>봤어요? 아니요. 이태원에 있는 게이바에 가서 물었다. <앤티크>봤어요? 아니요. 마성의 게이 체면이 말이 아니시군.
강남의 한 멀티플렉스를 찾았다. <앤티크> 상영관에 삼삼오오 관객들이 입장하기 시작한다. 종종 커플도 보이지만 여성들이 꽤 많다. 남남 커플은 찾아보기 힘들다. 분위기는 뜨거웠다.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잦았다. 상영관엔 화색이 돌았다. 게이 커플의 키스씬 장면에서 앞줄의 어느 한 젊은 여자 무리가 꺅, 소리를 질렀다. 누구냐, 넌? 마성의 게이는 대체 누굴 홀리고 있는 건가.
야오이
게이라고 했을 때 일단 미소년이 떠오른다면 당신은 동인녀, 혹은 그 주변사람일지도 모른다. ‘야오이(やおい)=동성애’라고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실상 야오이는 동성애자들과 직접적으로 무관한 관계다. 창작자와 독자층 대부분이 일반여성으로 이뤄져 있다. 일반여성들이 즐기는 남성 동성애물이다. 미소년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여성용 동성애 판타지에 가깝다. 사실 야오이는 동성애에 대한 호의에서 비롯된 문화가 아니다. 반대에 가깝다. 야오이 만화의 대부분은 게이들의 성행위 묘사에 치중한다. 야오이는 ‘야마나시, 오치나시, 이미나시(ヤマなし、オチなし、意味なし)’의 약자로 알려진다. 주제 없음, 소재 없음, 절정 없음. 조롱의 의미가 감지된다. 야오이를 극단적인 동성애 포르노에 불과하다고 평하는 이들도 있다. 게이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에 맞서 플라토닉한 동성애를 묘사한 ‘BL(Boys Love)’같은 장르도 등장했다.
요즘의 야오이는 수위에 따른 등급차가 있을 뿐, 미소년이 등장하는 게이 로망으로 집약된다. 야오이 창작 집단은 전문작가군부터 아마추어 팬픽 동호회를 망라한다. 이들은 실질적으로 창작과 동시에 소비를 겸한다. 10대 미소년들의 동성애에 대한 환상과 혐오가 고스란히 그들의 동인 활동에 투영돼있다. 동인은 뜻이 같은 사람들을 의미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동인지=야오이’라는 식의 왜곡이 자리잡았다. 야오이를 즐기는 여성들을 동인녀라 지칭하는 것도 그 탓이다. 일반명사가 고유명사 개념으로 와전됐다. 그만큼 그들의 교류가 활발하고 결속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과거 활발했던 문학동인지가 쇠퇴하고 만화동인지가 꾸준히 맥을 이어온 덕분이다.
스키니진을 입으며 각선미를 뽐내는 요즘 아이들의 패션에서 야오이가 연상된다. 뱅헤어 스타일의 머리에 마스카라까지 칠한다. 여성성이 혼재된 메트로섹슈얼의 이미지다. 최근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이돌 패션은 점점 유니섹스 코드가 강해진다. 더 이상 근육이 남성적 매력을 보장하는 시대가 아니다. 스키니진을 입은 남자들의 다리는 여자들보다도 가늘고 길다. 브이넥은 더욱 깊게 파인다. 샤방샤방한 미소년 전성시대다. 여자보다 예쁜 남자가 각광받는다. 원래 아이돌은 무대에서 대접받는 메인디쉬 중 하나였다. 과거의 아이돌은 반항적인 이미지를 구사하거나 귀엽게 춤추고 노래했다. 요즘 아이들은 다르다. 누난 너무 예뻐. 적극적인 섹스 어필이 가미된다. 누나들의 가슴이 뛴다.
예쁜 남자들의 중성적 이미지가 야오이적 욕망을 부채질한다. 메트로섹슈얼을 넘어 호모섹슈얼리티의 영역을 침범한다. <앤티크>는 미소년 신드롬과 결합된 야오이 코드다. 진짜 동성애자의 실체와 거리가 있지만 상관없다. 인권영화가 아니라 상업영화다. 컨텐츠로 이윤을 남기는 게 목적이다. 관객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동성애 이미지를 구현하는 게 관건이다. 소비자가 보고자 하는 욕구에 충실하면 상관없다. 미소년 트렌드에 접목시킨 동성애 코드는 동인녀 뿐만 아니라 젊은 여성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드라마와 영화로 동성애 코드의 유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작년에 방영된 <커피프린스 1호점>은 남장여자
<바람의 화원> 원작소설은 결말부에 다다라서야
호모포비아
국내에서 퀴어(queer) 컨텐츠의 저변은 동인녀들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그만큼 동성애 문화는 소수 취향의 음지 문화로 인식됐다. 그만큼 동성애자들에 대한 혐오로 확산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호모포비아(homophobia)와 같은 동성애 혐오증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대중문화는 대중적인 선호도를 고려한다. 그만큼 관객의 반발을 살만한 소재에 망설일 수 밖에 없다. 소비자가 판단하기 이전에 창작자 입장에서 몸을 사리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앤티크>의
대부분의 호모포비아는 동성애자를 잘 모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동성애가 변태적이라는 오해에서도 혐오가 발생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것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정의 내리는 사고방식과 연관된 바다. 나와 다른 것에 대한 경계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깨닫는 동성애자는 없다. 자연스럽게 이성애자로 스스로를 인식하는 와중에 성 정체성의 혼란을 직감하게 된다. 이태원의 게이바에서 만난 한 게이는 19살에 처음으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 전까진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었다. 이성애자로서 살아간다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흔히 말해 일반적이다. 동성애는 반대로 특수한 경우다. 당사자에게도 혼란이 가중된다. 확신하기까지 많은 갈등이 따르기도 한다. 외부적 시선에 대한 두려움도 발생한다. 커밍아웃(Coming out)은 쉽지 않다. 그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철저히 숨기고 살아가는 이들도 존재한다.
커밍아웃
성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 데엔 유명인의 커밍아웃이 한몫 했다. 트랜스젠더 하리수가 매스컴에 등장했고,
김지후는 커밍아웃 이후로
이반사회
동성애자들은 스스로를 ‘이반(二般)’이라고 지칭한다. 이반은 이성애자들을 ‘일반(一般)’적이라고 지칭하는 세상을 유희하는 언어다. 최근엔 좀 더 분명한 의미를 두기 위해 ‘이반(異般)’이라 정리되고 있지만 일종의 저항감에서 출발된 선언임에 분명하다. 동성애자들은 스스로를 이반이라 정의함으로써 일반적이라는 이성애자들로부터 구별 지어지기 전에 스스로 이반이라 일반인을 구분한다. 선수를 쳤다. 차이를 감추기보단 자기 정체성을 어필한다. 오히려 이반사회가 일반 이성애자들에게 열려있다. 소수가 다수를 포용한다. 이태원이나 종로에 있는 게이바를 찾는 이성애자들도 적지 않다. 처음엔 호기심에서 찾아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별한 선입견으로 인해 두려움을 짊어지는 이도 있지만 오히려 지극히 평범해서 놀랐다는 이가 대부분이다. 차이에 대한 인정이 가능할 때 상대의 영역은 존중된다. 공존은 가능해진다. 하지만 정상과 비정상의 맥락으로 이해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평행우주가 아니라 우열관계로 인식할 때 소통의 가능성은 멀어진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려다보고 있다고 믿는다. 수적 우위의 심리가 발생한다.
과거의 동성애 영화는 무겁고 어두웠다. 성 정체성을 깨닫게 된 동성애자들의 혼란이 영화에서 고스란히 반영됐다. 최근 개봉된 <앤티크>나 <소년, 소년을 만나다>는 과거와 다르다. 더 이상 우울함에 기대지 않는다. <커피프린스 1호점>은 퀴어 드라마를 트렌드로 승격시키는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 동성애 코드에 대한 문화적 포용 빈도가 활발해지는 만큼 컨텐츠의 양식도 변하고 있다. <후회하지 않아>와 같은 퀴어 멜로도 등장했지만 <왕의 남자>처럼 동성애 코드를 서브 컨텍스트로 차용한 작품도 등장했다. 활용의 폭이 넓어졌다. 작년에 개봉한 <가면>과 <궁녀>는 스릴러 장르의 반전 키워드로 동성애를 삽입했다. 최근 남장여자
2005년에 개봉한 <후회하지 않아>를 보기 위해 상영관을 찾은 4만 여명의 관객 중 동성애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주관객층은 동인녀였다. 동인녀들은 <후회하지 않아>에서 동성애 관계를 연기한
지난 9월 이화여대 레즈비언 인권운동연대가 기획한 문화축제 행사가 열렸다. 행사장에 무지개 걸개가 걸렸다. 무지개 걸개는 동성애를 상징한다. 갑자기 몇몇 학생들이 무지개 걸개를 찢고 밟았다. 기독교 동아리 학생들의 소행이었다. 사회적 편견만큼이나 종교적 근본주의는 거대한 장벽이다. 보수적인 기독교단체인 교회언론회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성토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상 수상 기준에 해당하는 문장 하나가 문제가 됐다. ‘동성애자·아동·장애인·노인 등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보호에 공적이 있는 자 또는 단체’라는 문구 중 ‘동성애자’를 삭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동성애가 치료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했다. 동성애라는 정신병을 낫게 해주소서. 컨텐츠는 유통되고 소비는 확대되지만 여론이나 인식은 답보상태다. 넘어설 수 없는 어떤 지점이 발견된다.
호모섹슈얼리티
현재 동성애를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들은 사실상 동성애자들의 취향과 무관하다. <앤티크>에서 등장하는 마성의 게이는 실상 게이들의 이상형과 거리가 멀다. <앤티크>가 별로 보고 싶지 않다는 게이에게 이유를 물었다. “크게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그건 내 관심사가 아니니까.” 야오이에서 발췌한 환상일 뿐 진짜 게이들의 로망과 무관하다. “차라리 마성의 게이가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동성애가 이야기되는 것은 중요하다. 한때 ‘클릭B’는 앰프와 연결되지 않은 기타를 들고 무대에 섰다. 연주 흉내내는 락밴드라는 자질논란이 벌어졌다. 그 와중에
동성애 문화를 소비하는 주체는 동성애자가 아니다. 종로에서 게이바를 운영하는 C사장이
물었다. “동성애와 동성애 문화가 같은 걸까요?” 동성애 문화는 동성애가 아니다. 삶과 문화의 영역은 다르다. 동성애 문화는 동성애로 포장된 소비재에 불과하다. 문화를 소비하는 건 불특정다수의 대중이다. 동성애 문화가 동성애자들을 위한 것일 필요는 없다. 어차피 동성애자들은 나름대로의 자신들의 세계에서 문화를 꾸려나가고 있다. 게이바 직원이 크루즈 모임을 홍보하는 브로셔를 건넸다. “게이들만 가는 거에요.” 그들만의 세계가 존재한다. 그 세계에 속한 이가 아니라면 굳이 참견할 필요도 없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종로의 한 점에 게이들이 모이는 바가 있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 소비의 양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대중이 소비하는 동성애 문화는 결국 대중이 보고자 하는 또 다른 환상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다. 우리가 보는 동성애 로맨스는 진짜 동성애가 아닐지라도 그것을 본다는 건 의미가 있다. 진짜와 가짜에 대한 검증은 필요 없다. 그것을 즐길 수 있을 때 서로 다른 세계의 입장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의 문이 열린다. 게이바에 앉아있던 게이 한무리가 ‘도전! 슈퍼모델’에 출연하는 한 모델을 보며 정말 예쁘다고 감탄했다. 그냥 그랬다. 저마다 다른 것을 본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 그것을 인정해야 서로가 편해진다. 비로소 함께 살 수 있다.
(프리미어 'Deep 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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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러 왕비호
무플보단 악플이 낫다. 악의가 담긴 관심 하나가 차라리 무관심보단 고맙다. 연예인의 상품성은 대중의 관심 정도로 평가된다. 눈길을 끄는 만큼 몸값이 오른다. 가수나 연기자나 개그맨이나 대중의 관심에 목을 맨다. 카메라에 잡히기 위해서라면 개인기를 마련하거나 하다못해 막춤이라도 춘다. 검색어 1위에 오르면 성공이다. 캡처당한 뒤 굴욕적인 짤방으로 웹을 전전해도 상관없다. 자신의 캐릭터를 어필해야 살아남는다. 데뷔 4년 차 무명의 개그맨
기본적으로 왕비호의 전략은 김구라와 같다. 무명에서 유명으로 갈아타기 위해 독설을 구사했다. 스타들을 도마 위에 올렸다.
왕비호의 공격대상은 소위 잘나간다는 스타다. 현실의 유명세만큼이나 사이버 세계의 폭력도 비례해진다. 웹에서는 익명의 손으로 작성된 악플이 주렁주렁 열리고 루머가 가지를 친다. 왕비호는 눈에 보이는 악플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되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작성되는 악플에 비해 신선하다. 왕비호는 일종의 아이디이자 아바타다. 스타성에 대한 관심을 소비하면서도 멸시를 던지던 대중들의 심리와 접속한다. 왕비호의 발언에 놀라워하는 시청자들의 심리엔 암묵적 동의가 잠재됐다. 셀레브리티에 대한 동경과 광대에 대한 혐오가 기이하게 맞물린다. 악플을 작성하던 익명성의 배출 욕구를 대리 충족시킨다. 반대로 왕비호는 스타들의 갈증마저 해소시킨다. 최근 개그콘서트에 출연한 휘성은 직접 방청석에서 무대로 올라가 왕비호를 곤경에 빠뜨리며 객석에 큰웃음을 줬다. 익명성의 세계에 숨어있던 악플러들에 대한 심정을 대신 배출시킨다. 스타와 대중을 중계한다. 왕비호의 촌철살인은 웹에 수없이 널린 악플에 맞불을 놓는 것과 같다.
“
연예인은 관심을 먹고 산다. 박수를 얻거나 손가락질을 당해도 일단 관심이 필요하다. 스스로가 관심을 끌지 못하면 관심대상을 활용하면 된다.
대중을 안티로 만들겠다는 왕비호가 노골적으로 대중의 청탁을 받아들일 때 왕비호라는 캐릭터의 원칙이 깨진다. 한번 원칙이 깨지면 존속의 균형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왕비호는 그저 웹2.0시대의 악플러일 뿐이다. 촌철살인의 유희도 언제까지 유효할지 장담할 수 없다.
일러스트_ 장재훈(프리미어)
(프리미어 'Sq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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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의 쇼 (3) | 2008.10.28 |
피겨스케이팅은 대한민국에서 미지의 영토다.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에게 동계올림픽이란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이 몇 개 확보되는가가 중요한 관심사였다.
연아 서곡
피겨스케이팅은 얼음 위에서 하는 발레다. 손끝 하나까지도 우아하게 나빌레라. 그러나 청중의 박수로 보답되는 낭만적인 공연예술이 아니다.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매기고 합산해서 평균을 내고 발표한다. 살얼음판이다. 넘어질 때마다 감점이 따른다. 완벽한 연기를 펼쳐야 다시 무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 10월 23일부터 27일까지, 미국 워싱턴주 에버렛에서 열린 2008~2009 1차 그랑프리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대부분의 점프는 점프 직전, 전진방향에서 등(Backward)을 돌리고 이뤄진다. 점프와 회전을 마친 후, 착지할 때도 같은 상태에서 착지한다. 악셀(Axel)점프만이 전진하는 정면(Forward)을 향한 상태에서 곧바로 이뤄진다. 착지는 다른 점프와 마찬가지다. 등 방향으로 뒤돌아 착지한다. 덕분에 일반적인 점프보다 0.5회전이 많다. 트리플 악셀(Triple Axel)은 3.5회전이다. 가장 많은 회전이 이뤄지는 점프다. 성공하면 8.2점을 얻는다. 트리플 악셀이 궁극의 기술이라 불리는 건 이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아사다 마오는 고민을 얻었다. 점프 후 넘어지거나 휘청거리지 않아도 감점을 얻었다. 그녀의 버릇 때문이다. 어느 발을 사용하는가, 어느 방향으로 뛰는가, 스케이트 날의 양 엣지(edge)가 어느 방향으로 기울어지는가에 따라 점프는 구분된다. 점프는 총 여섯 가지로 나뉜다. 그 중, 아사다 마오를 괴롭히는 건 플립(Flip)점프와 럿츠(Lutz)점프다. 그녀를 괴롭히는 건 세 번째 항목이다. 엣지의 방향이 매번 지적 대상이다.
플립 점프와 럿츠 점프는 유사하다. 점프 직전 등을 돌아 왼발을 축으로 후진하며 밀고 나가는 동시에 오른발의 스케이트 앞날, 토(Toe)를 디딤돌로 튕기며 도약한다. 두 점프를 구별하는 건 점프 직전 축이 되는 왼발 스케이트 날의 엣지 방향이다. 점프 직전 왼발 스케이트 날이 안쪽(인사이드 엣지, Inside edge)으로 기울었느냐, 바깥쪽(아웃사이드 엣지, Outside edge)으로 기울었느냐에 따라 점프가 구분된다. 플립 점프는 인사이드 엣지다. 럿츠 점프는 아웃사이드 엣지다. 아사다 마오는 인사이드 엣지로 두 점프를 모두 소화한다. 그래서 아사다 마오의 럿츠는 ‘플럿츠(Flutz)’라고 불린다. 럿츠 같은 플립 점프인 셈이다. 일종의 눈속임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국제빙상연맹(ISU)는 점프의 채점기준을 강화했다. 플립 점프와 럿츠 점프에 있어서 엣지 사용을 엄격하게 채점한다. 아사다 마오의 채점표엔 ‘e(Wrong edge)’라는 표시가 발견된다. 표시가 쌓일수록 상위권도 멀어진다.
아사다 마오는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경기 운영력을 높이기로 했다. 아사다 마오가 럿츠 점프를 시도할 때마다 1점이 감해진다. 반대로
미스 뷰티풀
엄격한 채점 경향에 따라
피겨스케이팅의 심사결과는 기술점수(TES)와 구성점수(PCS)의 합산으로 이뤄진다. 기술점수란 말 그대로 점프와 스핀, 스텝과 같은 기술요소들을 평가한 결과다. 구성점수란 그 외의 요소들, 풋워크와 무브먼트를 통한 동작의 연결이나 안무의 구성, 음악적 표현력, 퍼포먼스와 스케이팅 능력 등을 평가한 결과다. 구성점수는 예술적 자질을 평가하는 점수라고 봐도 무방하다. 음악에 맞춰 안무가 구성되고 화장과 의상의 컨셉이 정해진다. 피겨스케이팅은 예술적 감상을 부르는 스포츠다. 기술의 구사만큼이나 연기적 몰입도 중요하다. 다양한 기술은 안무와 자연스럽게 어울려야 한다. 스핀을 잘 돌고, 점프를 잘 뛰는 것만이 관건이 아니다. 피겨스케이팅은 종합예술의 요소를 차용한 스포츠다. 음악이 흐르고, 그에 어울리는 안무가 펼쳐진다. 박자에 어울리는 스텝과 스케이팅이 이어지고 규정에 따른 점프와 스핀이 구사된다. 기술적 자질만큼이나 예술적 감각이 중시된다.
시련의 무도
일본은 전통적인 피겨 강국이다. 그에 반해 세계대회에서 입상한 한국 피겨 선수는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스타가 등장할 때 씬은 활기를 띤다. 만약 국제무대에서 선전하게 되면 가치는 천정부지로 솟아오른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올림픽에서 선전한 핸드볼은 올림픽이 끝나면 다시 잊혀진다. 기억에 남는 건 올림픽 경기 중 핸드볼 대표팀의 선전뿐이다. 기억에 각인되는 선수보단 팀이 남는다. 핸드볼 스타가 없다. 대중들은 핸드볼 대표팀의 경기를 보며 주먹을 불끈 쥐어도 실업팀 경기에 관심이 없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며 눈물을 글썽여도 상황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비주류가 주류로 올라서기 가장 쉬운 법은 스타를 육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타를 탄생시키기란 쉽지 않다.
이미지 마케팅의 시대다. 세계정상급 실력을 지닌
세헤라자데
최근 1차 그랑프리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죽음의 무도’와 ‘세헤라자데’를 연기하며
쇼는 관객을 확보해야 이뤄진다.
천일야화의 결말을 아는 건 오로지 세헤라자데 밖에 없다. 아무도 모른다. 그 무대에 오르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가 아닌 그냥 김연아라는 것을. 오로지
(프리미어 'Deep Focus' 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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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특수수사대> 7시즌 진행 중, 슈퍼 액션에서 5시즌 방영 중 미국에서 장수인기를 누리는 수사물 <로앤오더 Law&Order>의 스핀오프 <뉴욕특수수사대 Law&Order: Criminal Intents>는 수사물과 법정물이라는 두 장르의 묘미를 아우른다. <CIS 뉴욕>와 마찬가지로 범죄의 도시 뉴욕을 배경으로 두지만 <뉴욕특수수사대>에서 ‘특수수사’라는 개념은 특정분야의 전문성이 아니라 사건의 중대함 자체를 지칭한다. 통찰력이 뛰어난 고렌 형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범죄수사과정의 묘미만큼이나 해결의 통쾌함이 크게 느껴지는 건 그 덕분이다. 5시즌부터는 고렌 형사와 로건 형사의 더블팀 체제를 선보이기도 했다. 모든 사건을 해결한 수사팀이 경찰청을 걸어 나오는 장면은 이 작품의 트레이드 마크로 꼽힌다. <NCIS> 6시즌 진행 중, XTM에서 5시즌 방영 중 <CSI>의 유사품처럼 보이는 제목을 지니고 있지만 <NCIS>는 ‘해군 범죄 과학수사대(Naval Criminal Investigative Service)’라는 환경의 특이성을 바탕으로 한 군범죄수사물이다. 본부가 있는 워싱턴을 중심으로 지위와 관계없이 범죄와 관련된 해군과 해병대를 수사하는 특수요원들의 이야기엔 긴박감이 흐르지만 의외의 유머 감각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수사의 진지함만큼이나 개성을 자랑하는 캐릭터들이 선보이는 위트는 <NCIS>를 유쾌하게 만드는 핵심적 요인이자 간과할 수 없는 이 시리즈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클로스 투 홈> 2시즌 진행 중, 슈퍼 액션에서 2시즌 방영 중 국내에서도 유명한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했다는 <클로스 투 홈>은 어느 형사물과 달리 열정적인 여검사를 앞세운 작품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형사들의 치밀한 수사방식과 마찬가지로 사건에 접근하는 여검사의 수사 일지를 세심하게 그리기도 하지만 공판을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남다르다. 무엇보다도 <클로스 투 홈>은 제목처럼 자신의 주변으로 접근하는 다양한 위협에 맞서는 여성 개인의 심리를 드라마틱하게 묘사해나간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드러난다. 직업과 가정이라는 두 가지 세계에서 살아가는 여성 개인의 개인 심리를 세밀히 묘사하며 이는 어느 수사물과 달리 사건전개에 대한 특별한 궁금증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된다. <FBI 범죄심리수사대: 크리미널 마인드> 4시즌 진행 중, 채널CGV 3.5시즌 방영 중 <크리미널 마인드>는 범죄현장에서 수집된 갖가지 증거를 통해 범죄자의 성향을 추적해 용의자를 판별하는 심리학적 수사 방식 ‘프로파일링(profiling)’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FBI에 소속된 프로파일러 5인의 프로파일링 과정을 긴장감 넘치게 그려내는 <크리미널 마인드>는 <CSI>와 달리 실제 FBI에 존재하는 행동분석팀(BAU: Behavior Analysis Unit)을 모델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특별한 리얼리티를 선사한다. 또한 수사방식의 특이성만큼이나 인물들의 개별적 사연이 드러나는 대목들도 점진적인 흥미를 자극한다. 유약한 엘리트 출신 프로파일러들이 잔인한 강력범죄에 맞서나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물들의 성장담도 쏠쏠한 재미를 낳는다. <성범죄수사대 SVU 9> 9시즌 종료, XTM 9시즌 방영 중 <뉴욕특수수사대>와 같이 <로앤오더 Law&Order>의 스핀오프 중 하나인 <성범죄수사대 SVU, Law&Order: Special Victim Unit>는 제목처럼 성범죄를 다룬 수사물이다. 흉악한 성범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잔인함과 선정성이 대두되기도 하지만 이는 인간 내면에 잠재된 변태적 욕망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에 가깝다. 종종 성범죄의 수사를 다루기도 하는 <CSI>가 사건의 수사과정 자체에 충실한 것과 달리 <성범죄수사대 SVU>는 사건의 해결과 동시에 범죄 희생자에 대한 인간적 애도까지 담아낸다는 점에서 휴머니즘의 성향이 발견된다. <뉴욕특수수사대>와 마찬가지로 원작만큼이나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스핀오프이자 장수 시리즈라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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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 Taiji!
언제나 그렇듯
Good-Bye
기성세대에게
테이프를 분해해서 반대로 감으면 ‘피가 모자라’라는 이상한 소리가 난다고 했다. ‘백워드 매스킹(Back Word Masking)’이란 생소한 용어까지 동원됐다. 교회의 장로라는 사람이 TV에 나와서
확고한 고지가 점령됐다. 10대 문화의 총아를 이루던
Come Back Home
진짜
Rock’n Roll Dance
시나위 베이시스트 출신으로 잘 알려진
뉴 밀레니엄과 함께
울트라매니아
언제나 현상을 주도하는 건 서태지였다.
2001년부터 밀리언셀러가 사라졌다. 많은 가수들이 등장했지만 음반판매량 백만 장을 넘기는 가수는 보이지 않았다. 불길한 징조들이 이야기됐다. 음반 시장이 점점 위축되고 있다. 볼멘소리들이 섞여 나왔다. 요즘은 들을만한 음악이 없어. 평범한 댄스곡 일색의 무대에 사람들이 질식했다. 집집마다 보급된 인터넷은 불법다운로드를 활성화시켰다. 길보드차트라고 불리던 리어카 테이프는 실체라도 있었다. 어떤 노래가 인기를 얻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오픈 마켓이라도 됐다. 하지만 클릭 한번으로 얻어지는 음악은 개인의 방을 맴돌 뿐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한다. 유통 구조도 변하고 있었다. 음반 대신 음원이 소비되고 있었다. CD플레이어 대신 MP3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음반판매량의 저하는 새로운 시장 개척을 더욱 부채질했다. 덕분에 엉뚱한 이들이 수혜를 누렸다. 핸드폰 연결음이나 벨소리에 사용되는 음원들이 이동통신사에 헐값에 매도됐다. 음악은 핸드폰 신호음으로 몰락했다. 플레이어 대신 컴퓨터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에 익숙해졌다. 음반시장은 급격히 무너졌다. 거대한 음반매장들이 도산하거나 문을 닫았다. 동네의 자그마한 레코드점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길거리만 나가도 들을 수 있었던 대중가요들이 점점 듣기 힘들어졌다.
2007년, 5년 만에
환상 속의 그대
활동 후 잠적은
신비주의는 쉽게 깨진다.
시대유감
밀리언셀러의 시대는 갔다. 대중가요가 사라지고 있다. 노래를 듣지 않는다.
(프리미어 스토리 'Deep Focus')
*이미지 출처: 서태지 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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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부탁으로 성신여대 방송실에서 배우론(?)을 짧게 녹음하게 됐다. 버리긴 아까워서 원고를 남긴다. 12명은 성신여대 방송실에서 선정했으며 그 기준은 대종상 수상자 명단에 두고 있다 한다.
원래 원고상에서는 경어체 문장을 썼으나 다시 문어체로 바꿨다.
배우는 가나다 순으로 나열됐다.
김윤진
한류스타로 불리고 있지만 이건 좀 어색하다. 언제부턴가 그저 해외에서 인기만 있으면 한류스타라고 부른다. 그 전에 미국에 한류가 있긴 하나? 실체 없이 너무 남발되는 용어다. 어쨌든 현재 김윤진은 <로스트>의 성공으로 자신의 이름을 전세계적으로 통용하는데 성공했다. <쉬리>의 흥행으로 관심을 얻었지만 그 이후로 그럴만한 행보를 보여주지 못했던 그녀가 해외에서 되려 성공해 국내에서도 관심을 얻었다. 이건 마치 국내에서 관심을 얻지 못하던 상품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자 국내로 역수입된 현상과 비슷한 거다. 그 이전에 그녀는 미국에서 오래 생활한 덕분에 영어를 잘한다. 이는 국내배우들이 해외활동을 함에 있어서 지닐 수 밖에 없는 선천적 장애를 설명하는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언어의 장벽을 돌파하지 않고선 쉽지 않은 일이란 거다. 어쨌든 해외의 상종가는 최근 국내에서도 이어졌다. 그녀가 열연한 <세븐 데이즈>가 흥행했다. 지적인 변호사의 이미지와 절절한 모성애가 잘 융합됐다. 생각해보면 그녀가 <쉬리>에서 보여준 연기도 이중적인 태도였다. 아직 김윤진에 대해서 확신할 수 있는 증거는 부족하다. 그건 반대로 이 배우에게 볼만한 기대치가 아직 많이 남았을지 모른다는 추측이 가능하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김혜수
건강미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육체파 배우에서 관능적인 이미지의 연기파 배우로 진입하는데 성공한 배우이자 명랑한 소녀의 이미지에서 성숙한 여인으로의 성장통을 잘 견뎌낸 케이스다. 사실 그녀는 성실하다.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라.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토록 꾸준한 활동을 보여주며 성장한 배우는 드물지 않나. 물론 건강미 넘치는 이미지로 소모되던 그녀가 섹스심벌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그녀의 파격적인 의상이 한몫 한 것도 있다. 하지만 2000년도에 들어서 그녀가 보여준 파격적인 변신은 상당히 눈부신 것이다. 그녀의 육체적 가치는 캐릭터의 완성도에 기여했다. <얼굴 없는 미녀>와 <타짜>에서 보여준 그녀의 모습을 보라. 팜므파탈이라는 용어로 간단히 정의될 수 있겠지만 노출만으로도 상당히 파격적이다. 결코 무모한 선택이 아니었다. 자신의 장점을 캐릭터에 반영하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위치를 점하는데 성공했다. 그 과정은 헌신적이고 열의가 넘쳤다. 이 정도면 당연히 <좋지 아니한가>?
문소리
최근 드라마로 발을 넓히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녀는 영화배우로서 더 많은 걸 보여준 것이 확실하다. 그녀가 자신을 각인시킨 건 <오아시스>였다. 뇌성마비 장애인을 연기하는 그녀는 연기가 아니라 완전 장애인이 됐다. 실제로 그 영화를 보고 문소리가 실제 장애인인 줄 알았다는 사람도 많았다. 사실 그건 연기적으로 평가될만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왜냐면 말 그대로 묘기에 가까운 것이니까. 하지만 그 태도는 중요하다. 어떤 여배우가 그런 역할을 맡고 싶어할까? 게다가 그건 매우 고통스럽게 보인다. 차기작인 <바람난 가족>에서 그녀가 보여준 파격적인 노출도 헌신적이라 할만한 것이다. 그건 김혜수의 노출과는 다른 의미다. 김혜수의 육체가 자신에 대한 가치 증명을 겸한다면 문소리의 육체는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장면 그 자체를 위한 소품으로서 위치한다. 그녀는 배우로서 진검승부를 펼쳤다. 결국 오늘날 문소리라는 배우에 대한 신뢰도 그 지점에서 발생한다. 게다가 그녀는 쉽게 말해서 소위 연기 잘 하는 배우다.
박중훈
정말 오랫동안 꾸준히 활동하는 배우다. 안성기와 함께 출연한 영화도 많다. 8~90년대 국내영화를 주름잡았던 배우이며 <마누라 죽이기>나 <투캅스>시리즈에서 보여준 능청스러운 입담과 표정 연기로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그 영향력이 지나쳤던 것인지 90년대 이후 코믹한 범작들에 연이어 출연했고, 결국 그 이미지가 배우의 자질을 한정시켰다. <게임의 법칙>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를 생각한다면 그는 결코 코믹한 이미지로 한정돼선 안 되는 배우다. <세이 예스>에서 그의 진지함이 역설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폭소를 유발한다는 건 비극적이다. 아이러니하지만 한 때 그렇게 됐다. <인정사정 볼것없다>는 그런 면에서 훌륭했다. 이 배우의 장점이 탁월하게 구현된다. 게다가 자신의 오랜 파트너 안성기와의 연기니 호흡도 좋았다. 몇 년 후 다시 안성기와 호흡을 맞춘 <라디오 스타>는 그간 한국영화가 이 배우를 소비했던 얄팍한 태도를 고심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올디스’를 ‘구디스’로 끌어올리는 건 배우의 능력이기도 하지만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의 몫이기도 하다. 박중훈 씨 같은 배우를 썩히는 건 정말 애석한 일이다.
캐릭터와 배우의 간극이 크지 않아 보이는 배우, 굳이 규정하자면 성격파 배우랄까. 최근작인 <강철중: 공공의 적 1-1>으로 이어진 <공공의 적>시리즈에서의 강철중은 어쩌면 설경구라는 배우의 이미지를 온전히 끌어들인 게 아닐까 싶은 인상이 강하다. 어딘가 삐뚤어졌지만 밉지 않다. 기본적으로 선량하다. 게다가 희극적이다. 인간미가 발생한다. 동물적인 본능으로 움직이는 인상이 강하다. 기본적으로 이 배우가 지닌 능동적 자질은 상당히 강렬하다. 덕분에 다소 경직된 캐릭터를 붙여놓으면 스스로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는 인상도 나타난다. <공공의 적>과 <공공의 적2>를 비교해보자. 아무래도 전자가 좀 더 자연스럽다. 현재 그는 재난 블록버스터 <해운대>에 참여했다. 아마도 그 결과가 나오면 <괴물>의 송강호와 비교될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해보면 둘 다 동물적인 배우다. 다만 날 것의 느낌이 다르다. 설경구가 좀 더 맹수적인 느낌이다. 그것을 어느 정도 잘 다스리면서도 본인을 제약하지 않는 캐릭터를 선택하는 쪽이 그에겐 좋을 거 같다.
송강호
모든 역할을 자신의 캐릭터로 소화해내면서 중심을 잃지 않는 배우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연기력과 함께 어느 정도 흥행성이 보장되는 특이한 케이스이기도 하다. 어쩌면 과거 한석규의 바통을 이어받았다고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송강호가 수렴할 수 있는 캐릭터의 너비가 한석규에 비해 광활해 보인다. 송강호는 분위기를 장악한다. 어떤 배역도 자신의 옷처럼 걸치면서 자신의 스타일대로 코디한다. 하지만 영화 자체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다. 미장센으로써 영화를 장악하기 보단 좋은 추임새를 넣는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에겐 둘도 없이 좋은 파트너가 될 거다. 문장의 형태를 해치지 않는 탁월한 수식어의 역할을 하는 덕분이다. 본인도 원톱보단 그런 역할이 더욱 편해 보인다. 박찬욱, 김지운, 이창동, 봉준호, 이런 기라성 같은 감독들의 러브콜을 끊임없이 받는 배우가 바로 송강호다. 어쩌면 이보다 더 좋은 설명도 없겠다.
이영애
애당초 ‘산소 같은 여자’라는 CF이미지로 떠오른 미인이다. 애초에 연기자 지망생은 아니었단 말이다. 그만큼 활동 초반엔 연기 못하는 배우 축에 꼈다. 그런 그녀가 오늘날 배우라는 프리미엄을 얻게 된 건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인식시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럴 땐 조력자가 필요하다. 그 역할을 맡아준 사람이 박찬욱 감독이다. 만약 이영애가 <공동경비구역 JSA>에 출연하지 못했다면 과연 배우로서 반등할 수 있었을까? <친절한 금자씨>도 마찬가지, 성공적인 변신은 배우를 돋보이게 한다. 그것이 파격적일 때 위력은 더한다. 사실 그녀에게 인상적인 필모그래피는 그녀의 활동 시기에 비해 많은 편이 못 된다. 그리고 CF는 전지현만큼이나 많이 찍는다. 그래도 그녀를 전지현처럼 비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건 출연작마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명품의 가치를 창출했다. 기회를 얻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꿰차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요즘 누가 그녀를 산소 같은 여자라고 부르나? 전지현이 아직도 ‘엽기적인 그녀’에 머무르고 있음을 상기해보자면 이영애의 명품가치가 좀 더 실속 있어 보인다.
장동건
스타로서 상품성을 과시하지만 어느 정도 연기력도 인정받는 배우라고 말할 수 있겠다. 물론 사실 상품성의 가치가 더욱 돋보인다. 그것이 국내를 넘어서 해외로 나아가는 상황이란 점에서 가치가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사실 그도 한때 연기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친구>를 통해서 완전한 입지를 구축했지만 그 전에 출연했던 <인정사정 볼것없다>가 더욱 주요했다. 쓰임새가 한정적이던 주연배우가 조연배우를 자청하며 무엇을 터득했을까? 파격적인 캐릭터를 입고 이미지를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 결과가 <친구>와 <해안선>이다. 그 큰 눈망울이 표독스러워졌다. 다들 거기서부터 장동건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결국 <태극기 휘날리며>를 통해 완전히 야심을 완성됐다. 다만 현재의 그는 그 이미지를 답습하고 있다. <태풍>의 최명신에서 그 표독스러움의 유효기간이 드러낸 느낌이다. 하지만 이 배우가 보여준 고민은 중요하다. 자신의 스타성을 과시하는 요즘의 젊은 배우들은 한번쯤 그의 모험적인 경로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요즘 배우들은 시도를 무서워한다. 어쩌면 김태희가 배우의 이미지를 얻고 싶다면 장동건의 필모그래피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장진영
사실 최근에 출연했던 대작 드라마 <로비스트>의 시청률이 부진했다. 게다가 몇 년 사이에 출연작의 흥행도 부진하다. 배우라면 분명 스트레스 받는 일일 테다. 사실 그녀의 출연작 중에 눈에 띄게 흥행한 작품은 <싱글즈>가 유일하다. 그런데 왜 이 배우의 이름이 이토록 영향력을 발휘할까? CF에서 그녀를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일까? 어쩌면 그녀의 캐릭터가 상당히 눈에 선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싱글즈>이후로 그녀는 좀 더 자립적인 여성상을 연기하게 됐다. <청연>의 박경원과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연아까지, 그리고 흥행과 무관하게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덕분에 <연애, 참>을 통해서는 다양한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이젠 파격이 무뎌진 시점에서 좀 더 내밀한 이미지가 필요하다. 그녀가 <소름>에서 보여준 연기를 최고로 꼽는 사람이 많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성장하는 배우의 얼굴이 어떻게 변모하는가를 증명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국내에서 여배우가 극복해야 할 한계를 자신의 능력으로 돌파한 사례이기도 하고. <밀양>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을 하기까지 이 배우가 보여준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라. 과감하면서도 영화에 지극히 헌신적이다. 캐릭터마다 몰입도 훌륭하고 자세도 진지하다. 솔직히 외모로 치자면 예쁜 배우는 아니겠지만 전도연은 분명 아름다운 배우다. 현재 연기에 대한 믿음 자체만으로 이만한 신뢰감을 부여하는 여배우가 누가 있나? 찾아보라. 전도연이 한국영화에서 차지하고 있는 무게감의 현재형은 그만한 것이다. 물론 앞으로도 그녀가 이렇게 성실한 필모그래피를 유지할지는 지켜봐야 알 일이다. 앞으로는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을 고르는데 좀 더 신중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는 상당히 성실하면서도 훌륭하다. 박수를 받아도 마땅한 배우다.
최민식
최근 몇 년 사이 이 배우를 보기 힘들었다.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몇 년 사이 정치적인 제스처로 작품 활동이 어려웠다. 이 배우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건 그만큼 영화계의 손실이다. 이 배우의 주연작들을 보라. 대부분 쉽게 넘어갈만한 작품이 아니다. 그는 애초에 현재 활동하는 배우들의 이상이기도 했다. 현재 30대를 넘어선 배우들과의 인터뷰를 해보면 종종 최민식 씨의 연극을 보곤 했다, 는 답변이 나온다. 그의 얼굴은 수많은 감정들이 분출되는 화수분과 같다. 게다가 그의 연기는 언제나 고뇌를 동반한다. 고단하고 피로하면서도 끈질기다. 트라우마에 짓눌리는 기색이 역력하지만 그저 웃고 넘긴다. 잡초처럼 생명력이 강한 인상을 탁월하게 남긴다. 그런 배우에게 3년 간의 공백이 생겼다. 누가 아쉬워야 하나? 그는 얼마 전 히말라야에서 전수일 감독의 새 영화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을 찍었다. 그는 히말라야에서 무엇을 보고 왔을까? 이 배우의 인생 자체가 어쩌면 드라마가 되고 있다 말할 수 있다. 그의 연기를 본다는 건 어느 한 사람의 인생을 짊어지는 것처럼 무거운 일이 될지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그걸 봐야 한다고 말하는 건 그 사람이 장인이라고 불려도 부끄럽지 않은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황정민
극단적인 이중성을 오가는 얼굴을 지녔다. 예를 들어서 <너는 내 운명>의 김석중과 <달콤한 인생>의 백사장을 비교해보라. 얼마나 극단적인가.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농촌총각의 얼굴에서 도시의 비정함에 찌든 갱단의 중역을 오가는 그 모습이 저마다 녹록하지 않다. 극단 목화 시절 무대에서부터 키워나간 경험적 내공이 상당한 덕분이겠지만 꾸밈새를 조금만 달리해도 이 배우의 인상은 극단적인 모습으로 돌변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그 중간 지점이 애매합니다. <검은 집>에서의 그는 뭔가 좀 망설이는 기분이 든다. 어느 한 쪽으로 무게중심을 잡았을 때 이 배우의 진가는 드러난다. 물론 복합적인 응용은 가능하다. <행복>에서 영수는 그런 케이스다. 정말 나쁜 놈이지만 삿대질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픽션의 상황에서도 현실적인 감정이입을 부른다. 그만큼 이 배우의 표정이 수많은 감정을 내포할 수 있는 그릇이란 의미이기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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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IA KEYS Live in Seoul
AS I AM Tour 2008 ‘Kiss The SummerNight’
2008. 8. 7. PM 8:00 in 서울잠실실내체육관
당초 예정됐던 8시가 조금 넘어서 오프닝 게스트인 태양의 공연이 시작됐다. ‘기도’와 ‘나만 바라봐’를 불렀는데 무대 연출에 어느 정도 능한 느낌이 들었다. 다만 곡의 절반이상을 립싱크로 잡아먹는 라이브는 그다지 매력이 없었다. 물론 여성 팬들은 엄청난 소리를 질렀지만. 라이브 연주가 아닌 MR이라 음향도 썩 좋지 않았다. 뭐 그저 오프닝 게스트일 뿐이었다. 흥을 돋우기엔 나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그저 1집 솔로 가수일 뿐이다. 물론 유명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 자체에 어폐가 있을 듯. 이것이 불만스러운 문장으로 보인다면 그저 오해요. 허허.
태양의 공연이 끝나고 30분에 시작될 예정이던 알리샤 키스의 공연은 역시나 지체됐다. 내한 공연은 언제나 30분 정도 늦게 시작하는 게 관례라는 걸 이미 숙지하고 있었으므로 크게 개의치 않았다. 물론 실내는 살짝 더웠고, 스탠딩 좌석은 살짝 술렁였다. 8시 45분 즈음 스태프로 보이는 외국인 2명이 무대에 나와서 관객에게 파도타기를 유도했지만 그다지 큰 호응은 없었다.
9시 즈음, 드디어 공연이 시작됐다. 자리를 잡은 세션들의 연주가 시작됐고 관객석은 시끄러워졌다. 그리고 알리샤 키스의 등장! 엄청난 환호와 함께 메인 스테이지가 시작됐다. 전체적으로 음향에 대한 큰 결함은 없었다. 잠실실내체육관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괜찮은 사운드를 뽑아냈다고 생각한다. 특히 알리샤 키스의 보컬은 가히 명불허전이었다. 게다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그녀를 본다는 것 자체에 커다란 의미가 있었다. 뭐 별다른 이유가 필요할까.
Intro와 중간 Interlude를 제외한 총 14곡의 셋리스트, 그리고 2곡의 앵콜은 1시간 30여분을 꽉 채웠다. 셋리스트는 올해 발표한 세 번째 정식앨범 ‘As I am’에서 가장 많은 7곡이 선곡됐고, 두 번째 앨범인 ‘The diary of Alicia Keys’에서 5곡, 데뷔앨범인 ‘Songs in a minor’에서 3곡, 그리고 Unplugged앨범에 수록됐던 Unbreakable과 어셔(Usher)의 앨범에 수록된 듀엣곡 My boo로 채워졌다. 확실한 건, 스튜디오 앨범보다 라이브에서의 보컬이 더욱 폭발적인 느낌을 준다는 것. 소울풀(soulful)한 보컬링이란 막연한 단어의 의미가 체감됐다. 관객들의 호응도에 따른 무대의 리액션도 상당히 열성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크게 흠잡을 구석이 없는 공연이었다. 국내 공연장의 열악함을 염두에 둔다면 현지에서 공수한 장비와 세션의 능력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를 평가할만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알리샤 키스의 실력과 무대매너는 가히 관객의 호응을 끌어내기에 탁월했다라 말할 수 밖에.
공연의 말미에 다다를수록 열기가 뜨거웠다. 셋리스트가 진행될수록 공연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지는 인상이었다. 특히 스탠딩석에서 볼 수 있었다는 건 꽤나 큰 수확이다. 상당히 대규모의 스탠딩석이 확보된 것이 아님에도 나름 무대와 가까운 곳에서 치이지 않고 여유 있게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그것도 알리샤 키스의 공연을 말이다! 특히나 공연의 말미에 다다라서 두 번에 걸친 앵콜은 작위적(?)인 의도를 통해 관객의 열기를 끌어냈다. 가히 탁월한 무대매너라 할 수 있다. 클라이막스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중요한 무대매너란 점을 염두에 둔다면 No one과 If I ain’t got you로 이어진 두 번의 앵콜은 정말 엄청난 희열을 부여했다. 물론 무엇보다도 곡이 적절했다. 전체적인 셋리스트부터 세션의 수준, 보컬의 상태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아무래도 한가지 지적당해야 할 부분은 알리샤 키스의 공연과 무관하게 티켓의 가격이다. 듣보잡 공연 기획사가 비욘세로 반짝하더니 갑자기 돈독이 올랐는지 터무니 없는 가격을 책정했다. 3층 사이드의 A석 가격이 십만 원대라는 게 말이 되나? 잠실실내체육관에 한번이라도 와서 공연을 본 관객이라면 아무리 그 누가 온다 한들, 정신 줄을 놓지 않고서 그 자리에 십만 원의 거금을 소비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덕분에 공연 당일, 인터파크에서 남은 좌석을 반값에 급매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결국 그럼 초반에 예매한 관객은 뭐가 되겠는가? 이런 식으론 악순환만 도모한다. 결국 제값을 받는 공연조차 되지 못할 것이다. 근래 들어 대형뮤지션들의 내한이 이어지는 분위기 속에서 이런 이상한 외부적 잡음이 언젠가 발목을 잡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국내에 내한하는 톱뮤지션들의 공연 티켓가는 한번쯤 심각하게 조정 당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물론 뮤지션들은 죄가 없다. 터무니없는 가격 책정에 열 올리는 기획사들에 뇌구조를 파헤쳐야 할 것이다. 특히 입장하는 부근에 널린 초대권 암표상들의 정체가 궁금하다. 그딴 식으로 초대권 남발해서 헐값에 자리를 채울바에야 차라리 티켓가를 2~3만원 낮춰서 좀 더 실속을 챙기는 것도 그들에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관객도, 기획사도, 서로 윈-윈하는 방법은 그것뿐이다.
<Set List>
[Opening Guest] ‘태양’ 기도/나만 바라봐
-Intro
Go ahead
You don’t know my name
Teenage love affair
Heartburn
Karma
-Interlude
How come you don’t call me
Superwoman//I need you
Wreckless love
Diary/Tender love
My boo
Unbreakable
Woman’s worth
Like you’ll never see me again
Fallin’
(Encore)No one
(Encore)If I ain’t go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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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저널리스트 &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 13인의 감독 인터뷰집 <어제의 영화. 오늘의 감독. 내일의 대화.>를 썼습니다. mingun@nate.com by 민용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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