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리고 그 사람이 담배를 싫어하면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품었던 것이다. 그리고 2년 반 전에 비로소 그것을 실천할 사람을 만났고, 난 주저하지 않고 담배를 드디어 내 손에서 놨다. 어쩌면 그토록 기다리던 순간이 아니었을까, 문득 생각한다. 내가 원해서 했던 일이었다. 지난 2년 반 동안의 연애는 내 인생에서 꿈처럼 아련한 순간이었다고, 난 종종 생각한다. 지난 주부터 다시 담배를 물고 있다. 담배를 끊은 지 2년 반이 조금 넘었었다. 개인적으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얻을만한 말 못할 사연이 있었고, 그 이전에 나의 강력한 금연 의지를 만들어주던 애인과 헤어진 탓일지도 모르겠다. 결정적으로 오랜만에 찾은 광주에서 만난 반가운 얼굴을 대면하고 넘치는 감정으로 담배를 피워 물었던 게 발단이었다. 다시 한번 혼자가 됐음을 직감한다. 담배까지 피워 물고 나니 정말 난 혼자라는 게 확실히 체감됐다. 뒤늦게 그랬다. 슬프진 않았다. 그런 종류의 감정은 증발된 지 오래다. 그냥 그랬다는 거다.
건강 생각해서 담배를 끊고자 하는 의지는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물론 염려는 된다. 오래 살고자 하는 마음에서라기 보단 아무래도 체력이 급감하는 느낌이라, 운동도 잘 못하는 판에 저질 체력을 갉아먹는 기분이니까. 개인적으로 담배냄새가 몸에 배는 것도 싫어한다. 특히 담배 냄새는 머리와 손가락에 잘 배어든다. 난 오른손잡이라 일부로 왼손가락으로 담배를 피우는데 왼손가락에 벌써부터 담배냄새가 배어들었다. 옷에 밴 담배냄새도 싫다. 얼마 전 어디선가 옷에 밴 담배냄새도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하던데,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셈이다. 여러모로 담배는 이기적인 취향이다. 한동안 담배를 끊어보니 그것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것이 얼마나 고약한 폭력인지 알게 됐다. 어쨌든 다시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냥 다시 피우고 싶어졌다. 그래서 피우고 있다. 언젠가 다시 끊을 수 있을까. 역시 모를 일이다. 확실한 건 금연이란 평생 동안 참는 일이라는 거, 비로소 실감하는 중이다. 역시나 그렇더라. 아마도 난 한동안 아주 오랫동안 다시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할 것만 같다. 내게 연애란 어려운 일이고, 금연을 도와줄 사람은 그만큼 만나기 어려울 거다. 그러니 이제 다시 흡연자로 살아야 한다. 그렇다. 그렇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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