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브리지스는 캐릭터를 갈아입으며 배우의 자리를 지켜왔다. 그는 분명 실력에 비해서 주목받지 못한 배우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자신의 재능을 통해 이미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니 세상의 인정 따위는 그저 그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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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작은 검정 드레스를 입고 환상적인 목소리로 노래 불렀다. 나는 그녀의 비극적인 삶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라비앙 로즈>(2007)에 출연하기 전까지 마리온 코티아르는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 서너곡 정도를 어렴풋이 알았을 뿐이다. 하지만 피아프와의 만남은 코티아르의 삶에 새로운 전기가 됐다. 아카데미를 비롯한 유수의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트로피가 그녀 앞에 줄을 서듯 모였다. 미를 뽐내는 여신의 경연장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나인>(2009)에서도 코티아르는 빛을 잃지 않는다. 되레 어느 누구보다도 강렬한 아우라를 드러낸다. 감정의 강약을 유지하면서도 강렬한 악센트를 찍어내듯 뜨거운 에너지를 발산했다. 우아하고 단아한 프랑스 여인의 기품에 가려져 있던 뜨거운 정열이 세상 밖으로 뜨겁게 드러났다. 그 뜨거운 열기로, 그녀는장밋빛 인생을 열었다.

 

(beyond 4월호 Vol.43 'TAKE ON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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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센터의 붕괴는 미국인들의 가슴에그라운드 제로를 남겼다.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은 그 위에 피어난 영화제다. 9.11테러를 목격한 미국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뉴욕의 경제적 타격을 만회하고자 시작됐다. 로버트 드니로를 주축으로 미국 영화산업 발전의 근거지인 맨해튼 남부에서 개최된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의 의미는 그만큼 남다르다. 오는 421일부터 52일까지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슈렉 포에버>(2010) 같은 화제작의 공개와 함께 다양한 인디필름들 경연이 벌어진.

 

(beyond 4월호 Vol.43 'TAKE ON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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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롤러더비 퀸을 연기한다는 건 완벽한 일이다. 그녀는 터프하니까. <주노>(2007)를 연출한 제이슨 라이트먼은 <위핏>(2009)에 캐스팅된 엘렌 페이지를 두고 말했다. <주노>의 주노와 <위핏>의 블리스는 어떤 면에서 닮았다. 어머니의 강요로 미인대회 단상에서 어울리지 않는 미소를 짓던 블리스는 과격한 롤러 더비를 통해 자신의 진짜 미소를 찾는다. 마치 따분한 일상을 피해 남자친구와의 첫경험을 선택한 주노처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전진시킨다. 그녀들의 작은 체격이 나약해 보이지 않는 건 분명 엘렌 페이지의 공이다. 나는 성별을 차별하는 사회화를 지지하지 않는다. 이처럼 뚜렷한 가치관을 통해 당당한 자기애를 설득한다. 자신의 삶을 옥죄는 편견에서 달아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삶을 성숙시킨다. 그녀의 터프한 방식으로.

 

(beyond 3월호 Vol.42 'TAKE ON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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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핀란드에 자리한 백야의 도시 템페레에도 3월이면 어김없이 봄이 찾아온다. 그리고 템페레에 봄이 오면 작은 영화들의 축제인 템페레 국제단편영화제가 개최된다. 프랑스 클레르몽페랑, 독일의 오버하우젠과 함께 세계 3대 단편국제영화제로 꼽히는 템페레 국제단편영화제는 올해도 40해를 맞이한다. 영화제 개막일을 기준으로 1년 이내에 완성된 단편 애니메이션과 극영화들이 출품되는 템페레 국제영화제는 오는 3 10일부터 14일까지 이어진다. 이제, 작은 영화들의 백야행이 시작된다.

 

(beyond 3월호 Vol. 42 'TAKE ON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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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가 제이미 폭스를 호명했을 때, 장내를 두른 박수는 제이미 폭스 개인의 명예 이상의 것이었다. 흑인배우를 그림자 취급하던 할리우드의 편견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실력을 통해 할리우드의 중심에 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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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약관의 청년이 런던의 올드 빅 극장을 장악했다. 트레버 눈이 현대적으로 각색한 <햄릿>에서 벤 위쇼는 질환적인 광기로 관객의 눈을 고정시켰다. 그의 광기는 한 감독마저 사로잡았다. <향수>(2006)를 책임질 무명 배우를 기다리던 톰 튀크베어 감독은 비로소 벤 위쇼를 발견했다. 그리고 <향수>를 통해 벤 위쇼는 확실한 방점을 찍었다. 예민한 육체의 굴곡으로부터 매혹적인 광기가 새어 나왔다. 이윽고 <아임 낫 데어>(2008)의 건조한 흑백 필름 너머에 앉아 냉소적인 대사를 던지는 시인 랭보로 분한 벤 위쇼는 다시 한번 시인이 된다.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를 연기한 <브라이트 스타>(2009)에서 벤 위쇼는 서정적인 운율과 같이 결이 고운 눈빛을 연출한다. 반짝이는 눈동자와 섬세한 움직임, 벤 위쇼는 누구라도 마음에 파문이 일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매혹의 초상이다.

 

(beyond 2월호 Vol.41 'TAKE ON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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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니스, 그리고 베를린은 시네필들의 메카다. 세 도시를 거점으로 마스터피스의 순례가 이어진다. 베를린은 그 첫 번째 관문이다. 2 11일부터 21일까지 제60회 베를린국제영화제가 열린다. 마틴 스콜세지의 <셔터 아일랜드>(2010)와 로만 폴란스키의 <고스트>(2010)같은 화제작이 처음 공개되고,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1927)도 특별상영된다. 황금곰의 환갑을 축하하는 하객들이 필름을 꾸려 베를린으로 향한다. 시네필들의 봄맞이가 시작된다.

 

(beyond 2월호 Vol. 41 'Take On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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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영화를 소개하는 영화제는?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주저할 필요없이 답해라. 선댄스 영화제. 패기 넘치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인디펜던트 필름들은 매년 1  유타 주 파크시티에 모인다. 다시 선댄스 키드의 계절이 돌아왔다. 스티븐 소더버그를, 코엔 형제를, 쿠엔틴 타란티노를 알아본선댄스는 올해 26번째 선댄스 키드를 발굴한다. 이번 선댄스에서는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연출 데뷔작 <Jack Goes Boating>를 비롯해서 마이클 윈터보텀의 신작 <The Killer Inside Me> 113편의 장편영화를 공개한다.

 

(beyond 1월호 Vol.40 'Take On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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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액션 걸로 시작했지만 점차 로맨틱 코미디 걸이 됐다는 산드라 블록의 말은 그녀의 변화를 온전히 대변한다. <스피드>(1994)의 터프한 액션 헤로인으로 대중적 관심을 끌어낸 산드라 블록은 이듬해 <당신이 잠든 사이에>(1995)로 로맨스의 중심에 섰다. 연이은 성공으로 그녀는 대중의 관심을 얻어냈다. 하지만 그 성공적인 두 편 이후로 그녀는 평범한 멜로나 스릴러에 갇혀 빛을 잃어갔다. 그러나 그녀를 구한 건 슬랩스틱이었다. 제작자로서도 이름을 올린 <미스 에이전트>(2001)에서 철저히 망가진 그녀의 결심은 결국 보상을 얻었다. 그 이후로도 그녀를 구한 건 코미디였다. 오래된 유행가사처럼 잊혀져가던 산드라 블록은 <프로포즈>(2009)로 다시 할리우드의 중심에 섰다. <올 어바웃 스티브>(2009)나는 항상 대담했다라는 산드라 블록의 자신감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최근 <블라인드 사이드>(2009)로 인상적이란 평가를 얻고 있는 산드라 블록의 전성기는 어쩌면 지금이 아닐까. 언니가 돌아왔다.

(beyond 1월호 Vol. 40 Take On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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