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성분으로 할리우드 배우를 소개하는 건 새삼스런 일이다. 다만 그 출신성분이 유명세를 탔다는 사실에서 다른 의의를 읽어야 한다. 맷 데이먼도 마찬가지다. 하버드 출신이란 그의 과거는 할리우드 배우로서의 경력을 첨언하는 수식어로서의 의미에 불과하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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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 우린 그것을 전통이라 부른다. 그 전통 위에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다. 바르셀로 라발 호텔은 전통과 새로움을 함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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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그만 둔다. 정확히 말하자면 회사를 옮긴다. 무비스트를 떠나 새롭게 둥지를 틀 곳은 아쉐뜨 미디어에서 발간하는 비욘드다. 비행기를 타본 적 없는 촌놈이라 잘 모르지만 대한항공 기내지다. 투썸플레이스와 같은 커피점에서도 볼 수 있다. 나도 몇 번 거기서 봤거든. 개인적으로 기획이 좋은 잡지라고 생각했고 자료로서 소장해도 좋을 만하다 느낄 만큼 유심히 읽었던 기억도 여러 번이다. 주제 넘게 원고 청탁을 몇 번 받아서 원고료를 챙겨먹은 적이 있긴 한데 녹을 먹게 될 줄 몰랐다. 모든 것이 11월 중에 순식간에 이뤄진 일이라 반 허공에 뜬 기분도 없지 않다. 초현실적이었다. 제안이 오고, 면접이 이뤄지고, 절차를 밟아, 통보를 받은 뒤, 회사를 떠나고 새로운 회사로 들어가게 됐다. 그렇게 됐다.

 

정확히 2 10개월 간 머물렀던 직장을 떠난다. 이미 애초에 내가 처음 앉아 있었던 그 사무실로부터 여러 번 이사한 뒤지만 어쨌든 그렇다. 다사다난했던 직장이었다. 그래도 다들 말하듯 다행이다. 대부분 말하는 바에 따르면, 가장 어려운 시기에 들어와서 가장 잘 됐을 때 나간다. 그래, 그건 사실이다.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중 많은 일을 만든 건 회사가 어려웠다는 사정이었다. 제대로 월급을 받기도 어려웠던 시절이 만만치 않게 이어지기도 했고, 한 때는 모든 걸 접을까 회의론이 일어나기도 했다. 사무실에 앉아있는 직원이 채 10명 남짓도 되지 않아 손을 호호 불만큼 한산함을 느끼기도 했으며 때론 사무실을 무겁게 짓누르는 침울한 분위기가 싫어서 좀처럼 사무실에 나가기 꺼려질 때도 없지 않았다. 어쨌든 다행이다. 내 덕분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버티는데 한몫을 거들었다는 생색이라도 낼 수 있게 됐다.

 

시원섭섭하다. 새로운 일에 대한 열망이 조금씩 자라기도 했고, 뭔가 반복적인 권태 속에서 자라나는 의심을 억누르기가 쉽지 않았다. 새로운 환경을 접한다는 건 그만큼의 긴장과 설렘을 유발하는 일이라 다양한 채널로서 내게 고무되는 일이다. 걱정조차도 새로운 경험적 자극이란 점에서 유효하다. 더욱이 날 믿어주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역시도 그만큼의 책임을 짊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무엇보다도 오프라인 잡지를 만드는 일원이 된다는 사실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 될 터이니 개인적으론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지금 이 정도 경력 즈음이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는데도 무리가 없는 시기란 점에서도 분명 좋은 시점이라 생각했다.

 

첫 직장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떠나 보낸 적은 있었지만 내가 떠날 입장이 되리라 생각해 본적은 많지 않았다. 아니, 불과 정확히 1년 전 그럴만한 계기가 있었지만 어찌하다 무마된 뒤로 예상치 못했던 사안인 건 분명하다. 이별이라는 건 참 아쉬운 일이다. 딱히 많은 교감을 이룬 건 아니지만 매일 같이 그 자리에서 마주 보던 대상과의 익숙함을 잊는다는 건 여러 모로 섭섭한 일이다. 글쎄다. 내 빈자리에 쾌재를 부를 누군가가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고생했다는 한 마디로 인사를 던지며 아쉬운 표정을 남기는 이들의 얼굴을 거듭 마주하다 보니 주제넘은 대접을 받는 것 같아 머쓱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지난 세월에 대해서 수긍할 수 있겠다 싶어서 마음이 놓였다. 적어도 누군가에게 민폐 끼치며 살진 않았던 것 같다. 잘나지 못해서 아쉬웠던 적은 스스로 많았다. 다만 적어도 못난 꼴은 남기지 않았나 보다. 그게 다행이다.

 

회사를 떠나던 날, 자리를 정리했다. 내 다음 사람에게 물려줘야 할 자리에서 최대한 내 흔적들을 지워나갔다. 컴퓨터 휴지통마저 정리했다. 책상에 내려앉은 먼지도 닦아낼 수 있는 만큼 닦아냈다. 누구라도 내 빈자리를 채우지 못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뒤에 올 사람을 위해 지난 사람이 해줄 수 있는 건 그 사람의 흔적 따위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떠나는 사람은 그대로 사라지면 된다. 남은 건 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그게 한편으로 후련하다. 무비스트에서 머물렀던 동안, 난 너무나도 많은 부분에 참견했고, 그만큼 스트레스를 키우다 끝내 포기하거나 싸워대다 이래저래 심산이 무너지곤 했다. 한편으로 그 모든 문제들로부터 달아나는 기분도 들지만 이젠 상관없다. 내가 좋아하던 이들과 그런 공적인 사안으로서 얼굴을 붉히고 화해해야 한다는 건 여러모로 괴롭고 고된 일이다. 새로운 직장에선 어지간하면 말을 아끼련다. 보다 체계가 철저한 곳이라면 좋겠다. 그래야만 내가 편해질 것 같다.

 

내일 당장 새로운 직장으로 나간다는 것도 믿기지 않는다. 이러다 다시 예전 직장으로 버스를 타고 가다 뒤늦게 정신을 차릴지도 모르겠다. 내일 출근하면 바로 마감에 투입된다. 다음주까진 정신이 없겠지. 긴장된다. 그 긴장감이 좋다. 그 긴장감 덕분에 설렘도 동반되는 기분이다. 어쨌든 회사를 떠나 집으로 돌아오는 기분이 묘했다. 샤워를 하다 조금 울었다. 그 눈물의 의미는 나도 모르겠다. 마음이 따뜻했다. 잘 가라는 인사도, 잘 됐다는 축하도, 아쉽다는 찡그림도, 하나같이 애틋한 것이라 뒤늦게 견디기 어려웠다. 난 아직도 어리고 한참 모자란 인간이다. 하지만 덕분에 지난 2 10개월 동안 사람 구실하고 살았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또 다른 계기를 얻었다. 그러니 난 앞으로 더욱 열심히 살겠다. 누구를 위해서 산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 누군가를 통해 이뤄진 내 삶을 난 좀 더 소중하게 아끼겠다. 그러니 난 잘 살 것이다. 고마웠다. 당신들이 날 잊더라도 난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 not forge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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