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크리스티나 리치)와 폴(저스틴 롱)은 서로를 향한 애정에 균열을 느끼는 권태기 커플이다. 특히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듯 매사에 무기력을 느끼는 애니는 그 관계에 깊은 회의를 느끼고 있다. 그런 가운데 타지로 발령을 받은 폴은 저녁식사 자리를 주선한 뒤, 애니에게 이런 사실을 통보하며 서로에 대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해보려 한다. 그러나 폴의 말을 자르고 성급히 모든 상황을 단정지은 애니는 극단적으로 반응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 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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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후, 실종된 여자가 발견됐다. 흐르는 강물 안에서 머리만 덩그러니 남겨진 채로. 국정원 경호실장이자 그녀의 약혼자인 수현(이병헌)은 결심한다. 그녀가 당한 모든 것을 그 놈에게 되돌려주겠노라고. 그리고 수현은 비로소 놈을 만난다. 연쇄살인마 경철(최민식) 앞에 수현이 나타난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에게 악마가 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를 뒤바꿔가며 상대를 파멸시키기 위한 게임을 거듭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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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고수하며 싸움에 승리한 남자에게 남은 건 영광이라 부르기조차 넌더리나는 상처 뿐이었다. 가정은 무너졌고, 직장은 사라졌다. 만신창이처럼 너덜해진 삶 속에서 무기력을 체감한 남자는 덧없는 교훈 하나를 짊어진 채 관계를 단절시키듯 살아왔던 아버지의 시신이 놓인 지방의 마을로 떠난다. ‘다시는 나올 수 없는 굴 속으로들어가듯 세상과 스스로를 단절시키기 위해 서울을 떠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환대 속에서 싸늘한 기운을 느낀 남자는더러운 기분을 떨쳐내지 못하고 다시 마음에 지펴오르는 의심을 좇아 그 실체의 조각들을 수집하고 점차 완성돼 나가는 거대한 비밀과 마주서다 이에 맞서나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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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연단 위에 선 목사가 외친다. “너희 원수를 사랑할지어라!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해 기도할 지어다!” 하지만 곧 자신의 제의복을 벗어버린 목사는 냉소적으로 뇌까린다. “X까고 있네.” 영수(김명민)는 신실한 믿음을 지닌 목사이자 다정한 가장이었다. 하지만 그의 다섯 살 난 딸이 유괴당한 후, 돌아오지 못하자 그의 삶은 급변한다. 그의 삶을 지탱하던 믿음과 책임감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파괴된 사나이>는 제목 그대로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 산산조각 나듯 부서져 버린 어느 사내에 대한, 혹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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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1983년작 하이틴 슬래셔 무비를 리메이크한 <여대생 기숙사>원작으로부터 틀거리를 빌려온 뒤 보다 현대적인 배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인물의 관계를 변주함으로써 리메이크라는 의미를 확실히 새겨 넣는다. 남자들을 끌어들여 기숙사 안에서 파티를 즐기는 여대생들은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즐길 정도로 개방적인 일상을 즐긴다. 그 가운데서도 ‘세타 파이‘라 불리는 비밀클럽의 멤버로서 우정과 결속을 다짐하며 자신들만의 비밀스러운 회합을 거듭하는 6명의 여대생들은 어느 날, 짓궂은 장난을 계획하지만 그 사소한 장난은 그들의 삶에 지울 수 없는 비극적 기억을 남긴다. 그리고 그 기억은 곧 새로운 현실적 불안으로 떠오른다. 누군가 그들이 지난 파티에 한 일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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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사나이>는 제목 그대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 산산조각 나버린 어느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다. <그놈 목소리>처럼 절규하는 아버지는 <올드보이>처럼 영문을 모른 채, 자신을 괴롭히는 범인을 <추격자>처럼 좇는다. 후더닛 구조를 포기한 스릴러라는 점에서 도전적인 작품이지만 결과물은 지극히 실패에 가깝다. 좀처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조차 가늠하지 못하는 것마냥 맥락의 가닥을 잡지 못하는 영화 속에서 배우들의 열연은 연기쇼와 같은 구경거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든다. 지나치게 의욕만 앞선 장르적 기시감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용서는 없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올해의 과유불급 스릴러로 꼽힐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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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음모의 숙주다. 음모를 먹고 자란 권력은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더욱 음모를 키워나가지만 점차 덩치를 키운 음모는 권력에 기생하다 결국 그 권력 자체를 먹어치운다. 베스트셀러 작가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자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로만 폴란스키의 <유령작가>는 자신이 마련한 음모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파멸되는 어느 권력가와 그 권력을 조종하는 거대한 배후의 질서를 대필작가의 눈으로 묘사해내는 정치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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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의 하버 아일랜드에서 한 여인이 실종됐다. 이를 수사하기 위해 연방보안관이 파견된다. 하지만 그들이 향하는 섬은 평범한 곳이 아니다. 그 섬은 누구나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살인을 저지른 악명 높은 죄수들이 수감된 정신병원이 있는살인자들의 섬이다. 그리고 연방보안관 테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척(마크 러팔로)은 바다를 건너 그 섬으로 간다. 그들 뒤로 폭풍우가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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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데드 얼라이브> <고무인간의 최후>와 같은 작품을 통해 B급 유희와 특수분장에 일가견을 보인 피터 잭슨은 <반지의 제왕> <킹콩>과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이런 재능을 유감없이 확장하며 자신의 위치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러블리 본즈>는 피터 잭슨의 또 다른 장기를 제시하는 영화다. 순수와 불안이 중첩된 소녀의 감수성을 영적인 판타지 세계관과 연동시키며 스릴러적인 서스펜스로 방점을 찍는 <러블리 본즈>는 피터 잭슨의 <천상의 피조물>을 연상시킨다. 동성애의 감정을 공유한 소녀들이 자신들의 애정관을 비이성적인 행위로서 극단으로 밀고 나갈 때 이성적인 이해를 무력화시키는 질환적인 긴장감이 조성된다. <천상의 피조물>이 연출한 서스펜스의 형태는 전형적인 기승전결의 형태보다도 그 기질의 불완전함과 그 형태의 불안정성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러블리 본즈>도 마찬가지다. <러블리 본즈>는 불안정한 선형의 서사 속에 매복된 서스펜스가 불쑥 고개를 내밀며 관객을 위협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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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현장에서 우왕좌왕하는 지방 형사들의 몽타주는 <살인의 추억>을 연상시킨다. 극 초반부터 정체가 개방된 범인의 당돌한 심리와 그에 맞서는 경찰의 대립 구도가 <추격자>를 떠올리게 만든다. 범인의 의도를 알 수 없는 아버지는 직업윤리에 반하면서까지 제 딸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놈 목소리>의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이입한 <세븐 데이즈>. 그리고 그 끝에선 <올드보이>를 본뜬 듯한 죄와 벌에 대한 패러독스가 걸려든다. <용서는 없다>는 마치 지금까지 흥행이나 비평적으로 적절한 성공을 거둔 한국영화의 레퍼런스를 섞어 넣고 순차적으로 나열한 것 같은 형태를 띤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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