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갈라지다 이내 꺼진다. 달아날 곳조차 없을 정도로 지반 전체가 요동을 친다. 캘리포니아주 전체가 마치 기울어진 접시 위의 팬케이크처럼 바다 속으로 잠겨버린다. 화산도 폭발하고, 쓰나미까지 밀려온다. 지구상의 대륙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다. 사람이 발붙이고 설 땅이 없어진다. 말 그대로 전지구적 재앙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2012>는 재난이란 이름으로 명명되는 이미지들의 합집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재앙 블록버스터의 총아다. 재난이라면 보여줄 만큼 보여준 할리우드가 아예 끝장을 보자는 심산으로 영화를 제작한 것마냥 보일 정도로 막대한 규모를 전시하는, 진정한 블록버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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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안온하게 내리쬐는 산뜻한 외관의 풍경과 달리 깊게 그늘지듯 침침한 내부의 정경이 대조적이다. 이런 철창이 있을 곳은 세상에서 2군데 밖에 없다. 동물원과 여기. 대사가 지칭하는 그 여기란 곳은 바로 교도소다.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교화시켜서 내보내는 곳이기도 하지만 어떤 범죄자는 그곳에서 걸어나갈 수 없다. 교도소는 사형을 집행하는 곳이기도 한 탓이다. 그리고 그곳은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하거나, 실행하거나, 확인한 이가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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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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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파리>는 파리라는 도시로부터 배어나는 낭만적 기운을 로맨틱한 에피소드와 연결한 기획적 옴니버스다. 파리를 배경으로 18편의 옴니버스를 직조한 20명의 감독들은 저마다의 상상력을 통해 파리라는 도시의 환상성을 부추긴다. 사실상 <사랑해, 파리>는 파리라는 도시의 고유적 낭만성을 증명하기 이전에 긴 세월 동안 환상성을 구축한 도시가 로맨스라는 감정을 얼마나 탁월하게 보좌할 수 있는가를 증명한 작품이나 다름없다. <사랑해, 파리>에 이어 새로운 낭만도시 프로젝트의 제작에 착수한 엠마뉘엘 벤비히가 <뉴욕, 아이러브유>로 뉴욕을 새로운 로맨틱 시티로 낙점한 것도 그 도시를 동경하는 이들의 환상을 등에 업은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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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일개 개인이 아니라서 (개인적인 처신까지도) 국민적 동의와 수반적 회의를 거쳐야 하거든요.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등장하는 대사는 일면 의미심장하다. 국민의 손과 발이 되겠다던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의 취임사처럼 대통령은 국민을 대신해 국가를 운영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직책이자 전국민적 동의를 등에 업고 대표성의 권위를 등에 업은 권력자다. 그만큼 대통령은 어느 개인으로서의 삶을 전면에 내걸 수 없는 대의적 존재로서 의무를 지닐 때 그만큼의 권력을 함께 보장받는다. 그리고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국민적 동의를 통해 절대적 권력을 얻었다는, 그 대통령에 관한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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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시성 두보의 오언율시 춘야희우(春夜喜雨)’의 첫 구절, ‘호우지시절(好雨知時節)’에서 제목을 빌린 <호우시절>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라는 의미를 지닌다. <호우시절>은 곧 호애()시절이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재회한 과거의 연인은 시간 속에서 낡아가던 기억을 현재에서 되새김질하며 다시 한번 로맨스적 예감을 꿈꾼다. ‘때를 알고 내린 좋은 비처럼 때를 알고 만난 좋은 인연을 그린 <호우시절>은 낭만적인 로맨스 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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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FPS(First-Person Shooter)게임이라고 불리는 1인칭 슈팅 게임을 즐기는 당신의 시점을 대변하는 버추얼 캐릭터가 만약 당신과 동일한 현실상의 인간이라면 과연 그 게임을 즐길 수 있을까? <게이머>는 가상의 세계 속에서 시뮬레이션되어 오락적 쾌감을 발생시키는 게임의 반윤리적 속성을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 연동한 액션영화다. 가상이 아닌 현실 안에서, 캐릭터가 아닌 인간이 서바이벌 게임을 벌여나간다는 설정은 비현실적 공간에서 체감되는 폭력적 오락성의 쾌감을 현실의 도마 위로 올린 문제제기적 속성을 발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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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병에 걸린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자. 결말은 이미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남자는 죽을 것이고, 여자는 망자가 된 연인 생각에 눈물지을 것이 빤하다. 결국 그 눈물을 얼마나 식상하지 않게 포장하고 그 수위를 어떻게 조절하느냐, <내 사랑 내 곁에>의 관건인 셈. (궁극적으로 비극을 연출하기 위해 동원된 것이라 할만한) 로맨스를 도입부에서부터 급작스럽게 밀어붙이는 <내 사랑 내 곁에>는 쉽게 웃고 쉽게 울면서도 곧잘 정색하는 영화다. 좀 더 농익을만한 감정들이 인위적인 수순에 의해 절제되고 감정적 고양을 차단당하며 인색할 정도로 얕은 수위의 감정을 허락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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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딘가엔 진실한 사랑을 추구하는 남자가 있을 거라 믿는 여자. 남자란 모름지기 여자와 침대에 올라갈 생각만 하는 존재라고 주장하는 남자. 진실한 사랑을 추구하는 여자와 그 믿음을 허구라며 깨부수는 남자의 만남. 남녀라는 함수관계 속에서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공식을 내세우며 반대의 이미지로 뻗어나가는 그래프로 대칭된다. <어글리 트루스>는 남녀라는 함수관계 속에서 정반대의 공식을 통해 대칭적 그래프처럼 거리감을 두던 남녀가 다시 한 점에서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는 로맨틱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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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살의 나이에 백혈병에 걸린 케이트(소피아 바실리바)를 위해 엄마 사라(카메론 디아즈)와 아빠 브라이언(제이슨 패트릭)은 맞춤형 아기를 낳는다. 안나(아비게일 프레슬린)는 케이트를 위해 생을 얻은 아이다. 당연히 케이트를 위해 골수를 채취하고 신장 하나를 넘겨줄 운명이다. 그러나 안나는 유명 변호사인 알렉산더 켐벨(알렉 볼드윈)을 찾아가 자신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고 자신의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 소송장을 받아 든 사라는 안나의 태도에 격분하지만 브라이언은 안나의 의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안나를 인정하고 오빠인 제시(에반 엘링슨)는 말은 아낀다. 그리고 병세가 심각해지는 케이트로 인해 가족의 시름은 깊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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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버튼(갤런 코넬)은 인디락을 좋아하는 음악광이다. 매일 같이 존경해마지 않는 데이빗 보위에게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적은 메일을 보낸다. 답장을 기약할 수 없지만 단지 메일을 보낸다는 것만으로 낙을 느끼는 윌 버튼은 사실 동네에서 소문난 왕따다. 유일하게 그를 이해하는 건 어머니(리사 쿠드로) 뿐이다. 그런 윌 버튼은 비로소 왕따에서 벗어날 기회를 맞이한다. 어머니가 새 직장을 구한 덕분에 자신을 왕따로 무시하던 동네를 떠나 새로운 학교로 전학가게 된 것. <드림업>은 왕따라 불리던 소년이 자신의 음악적 취향을 발판 삼아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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