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강호순의 얼굴을 공개한 언론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을 때 이를 둘러싼 총체적인 매커니즘에 관해 취재해서 긴 기사를 썼던 적이 있다. 그때 당시 뒤늦게 마지막으로 강호순의 얼굴 공개에 탑승한 MBC 보도국 관계자로부터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언론 입장에서는 위법성보다도 기사로서의 의미가 관건이 될 수 있다. 불법적인 보도가 면책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단지 법률적 판단과 무관하게 언론 입장에서 기사적 가치를 판단하고 보도를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JTBC <뉴스룸>이 성완종 회장의 발언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한 것도 이런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결국 방송의 보도윤리란 일반적인 사회적 윤리와 완벽하게 동일한 궤에 놓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그것이 정보원의 엠바고를 무시할 수 있는 완벽한 논리일 순 없겠지만 알 권리를 바탕에 둔 보도윤리를 중점에 두고 보도방침을 해석하고, 결정하는 뉴스 관계자의 기류를 판단할 때 참고할만한 사항은 되겠다.
이번 사안이 향후 <뉴스룸>의 행보에 어떤 타격을 입힐지는 모르겠으나 <뉴스룸>이, 본질적으로 손석희가 십자가를 짊어질 수밖에 없는 국면이 된 건 확실해 보인다. 아마도 이런 판단을 내린 손석희도 잘 알고 결정한 사항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가 정말 멍청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렇다. 그럴 리는 없지 않은가. 그만큼 손석희는 녹음 파일 공개가 언론으로서의 직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건 손석희의 직업정신에서 나온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을 향하는 활시위가 될 것임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결국 중요한 건 <뉴스룸> 보도국이, 손석희가, 사회적 윤리를 배반했다고 논할 이들을 정서적으로 얼마나 설득시킬 수 있느냐의 싸움이 될 것인데 그 국면에 대해서는 예측할 수 없겠다. 그리고 그만큼 막중한 사안이라 판단했을 손석희의 믿음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는 결국 아무도 모를 것이다. 손석희의 판단에 온전히 동의할 순 없지만 나는 언론인으로서 그가 내린 판단은 존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시선으로 그의 자리를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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