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과 함께 필름 뉴요커로 자리해온 마틴 스콜세지는 전세계 영화의 수호자다. 일흔에 다다른 나이에도 녹슬지 않는 열의와 애정으로 영화를 촬영하고 발굴한다. 언젠가 영화가 될 그 삶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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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센터의 붕괴는 미국인들의 가슴에그라운드 제로를 남겼다.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은 그 위에 피어난 영화제다. 9.11테러를 목격한 미국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뉴욕의 경제적 타격을 만회하고자 시작됐다. 로버트 드니로를 주축으로 미국 영화산업 발전의 근거지인 맨해튼 남부에서 개최된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의 의미는 그만큼 남다르다. 오는 421일부터 52일까지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슈렉 포에버>(2010) 같은 화제작의 공개와 함께 다양한 인디필름들 경연이 벌어진.

 

(beyond 4월호 Vol.43 'TAKE ON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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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한 도시의 삶이 버겁다고요? 매일 같이 단조로운 일상이 지겹나요? 일단 그 현실에서 벗어나 잠시 여행이라도 떠날 수 있다면 좋겠군요. 하지만 당장 시간도 없고, 막상 어디로 떠나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그렇다면 영화라도 한 편 보세요. 그 영화가 당신의 길잡이가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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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파리>는 파리라는 도시로부터 배어나는 낭만적 기운을 로맨틱한 에피소드와 연결한 기획적 옴니버스다. 파리를 배경으로 18편의 옴니버스를 직조한 20명의 감독들은 저마다의 상상력을 통해 파리라는 도시의 환상성을 부추긴다. 사실상 <사랑해, 파리>는 파리라는 도시의 고유적 낭만성을 증명하기 이전에 긴 세월 동안 환상성을 구축한 도시가 로맨스라는 감정을 얼마나 탁월하게 보좌할 수 있는가를 증명한 작품이나 다름없다. <사랑해, 파리>에 이어 새로운 낭만도시 프로젝트의 제작에 착수한 엠마뉘엘 벤비히가 <뉴욕, 아이러브유>로 뉴욕을 새로운 로맨틱 시티로 낙점한 것도 그 도시를 동경하는 이들의 환상을 등에 업은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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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유치한 스토리와 조악한 설정이 또렷하게 보이지만 산만한 캐릭터들의 수다스런 조합이 플롯의 빈곤함을 메운다. <슈렉>과 함께 드림웍스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로 등극한 <마다가스카>의 속편 <마다가스카2>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마다가스카2>는 그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더 이상 마다가스카를 중심에 둔 사연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제목이 다시 한번 활용되는 건 이 타이틀의 기시감이 시장성이 유효한 브랜드 네임밸류를 지닌 덕분이다. 전편의 대단한 성공에서 잉태된 기획상품에겐 새로운 자기 정체성보다도 자기 기반의 뿌리가 중요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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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링 스톤즈’가 길 바닥의 구르는 돌멩이만큼의 관심거리도 안 되는 이에게 이 영화를 권하기란 힘들지 모를 노릇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담긴 공연이 어떤 극영화만큼이나 가치 있는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근거는 그 무대가 롤링 스톤즈의 것이기 때문이다. 1962년 런던의 클럽에서 데뷔해 ‘비틀즈(Beatles)’와 함께 브리티쉬 인베이션(British invasion)의 신화를 쌓아 올린 로큰롤의 악동들은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단단한 팀워크를 자랑하며 여전히 패기만만하게 살아있다. 2005년, 13번째 정규앨범 타이틀 ‘A bigger bang’을 발표하며 이뤄진 월드투어이자 최다수익을 기록한 공연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된 ‘Bigger Bang tour’ 중 뉴욕의 비콘 극장(Beacon Theater)에서 이뤄진 공연실황을 담아낸 <샤인 어 라이트>는 이 밴드의 거창한 역사를 뜨겁지만 담백하게 소개하는 스포트라이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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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은 비좁아도 상관없지만 옷장만큼은 넓어야 한다는 캐리(사라 제시카 파거)의 마놀로 블라닉 구두는 <섹스 앤 더 시티>(이하, <섹스&시티>)에 대한 기호를 파악하는 기준과도 같다. 그 누군가에게 호가의 사치품으로 인식될만한 마놀로 블라닉 구두는 <섹스&시티>의 캐리에겐 필연적 기호다. 그 기호에 대한 수긍과 부정은 <섹스&시티>를 뉴요커에 대한 환상과 된장녀에 대한 질시로 구분하는 척도로 작동한다.

<섹스&시티>는 그녀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것이다. 섹스 칼럼니스트 캐리와 그녀의 친구들, 미란다(신시아 닉슨)와 샬롯(크리스틴 데이비스), 사만다(킴 캐트럴)의 노골적인 성담론과 진솔한 경험담으로 발췌되고 집약되는 뉴욕 커리어우먼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6시즌의 대장정으로 진열한 TV시리즈 <섹스&시티>는 그에 대한 열광과 혐오를 통해 대중들의 관심사를 얻었다. 하지만 속물적 욕망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사소한 일상을 여백 없이 배치하며 그에 담긴 의미를 자문하는 <섹스&시티>의 미덕은 분명 그로부터 축적된 삶으로부터 진솔한 답변을 얻고 삶의 경지를 터득한다는 점에 있다. <섹스&시티>를 둘러싼 취향의 잡음은 섹스와 시티의 표면과 내면, 그 어느 쪽을 인정하느냐에 달렸다.

극장판으로 버전업 된 <섹스&시티>는 말줄임표처럼 늘어뜨려진 채 여운을 남긴 TV시리즈의 에필로그와 같다. 혹은 시즌6을 잇는 시즌7의 2시간 분량 압축이라 해도 무방하다. 게다가 TV시리즈와 극장판 사이에 놓인 3년간의 공백을 콜라주 영상으로 간략히 정리해주는 영화의 도입부는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직장과 가정 생활로 바쁘게 지내는 미란다와 불임으로 고생하다 중국에서 입양한 딸과 함께 행복한 가정생활을 누리는 샬롯, 그리고 누구보다도 성적 유희에 충실했던 사만다가 배우로 일하는 연하애인과 할리우드에서 동거 중이란 사실을, 그리고 TV시리즈의 긴 에피소드 속에서 끈질기게 이별과 재회를 거듭하던 빅(크리스 노스)과 캐리가 다시 열애 중임을 캐리의 자전적 내레이션으로 총망라한다.

극장판의 형식은 TV시리즈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캐리의 내레이션을 통해 던져지는 인생과 사랑에 얽힌 물음은 시크한 도시적 취향으로 포장되고 은밀한 성적 담론을 여과 없이 나누는 네 여성의 솔직한 대화와 주변 경험을 거쳐 역시 캐리의 음성으로 답변된다. 다만 2시간 여의 러닝타임으로 이뤄진 영화적 규격에 맞춰 TV시리즈의 리모델링이 불가피했음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극장판은 빅과 재회한 캐리의 에피소드를 축으로 그녀의 세 친구들의 사연을 주변부에 고르게 배치한다. 이는 매회마다 중심인물을 바꾸며 그로 인해 발견된 명확한 주제의식으로 끝을 맺던 TV시리즈와의 차이라 할만하다. 이런 면에서 극장판 <섹스&시티>는 TV시리즈의 오랜 목차에 연연하거나 그에 대해 민감하게 의문을 품지 않는 이에겐 무난한 로맨틱 코미디 정도로 관람해도 무방할 만큼 평이한 구성으로 완성됐다. 특히나 ‘색칠(coloring)’이란 단어로써 이뤄지는 그녀들의 섹스토크는 TV시리즈만큼 노골적이진 못하지만 시리즈의 위상을 각인시킬 만큼 발칙한 웃음을 제공한다.

하지만 극장판은 되려 기존의 TV시리즈에 팬덤을 지녔던 이에게 또 한번의 지루한 동어반복으로 여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캐리와 빅의 지긋지긋한 구간반복 로맨스는 또 한번 열애와 파탄을 오가고, 그 안에서 캐리의 좌절과 극복 역시 또 한번 반복된다. 게다가 자신들의 배우자 혹은 애인에게 종종 불안감을 조성하는 여성들의 히스테리나 스스로 자책할 만큼 후회할 짓을 반복하는-특히 빅!- 남성들의 답답한 소심증은 극장판의 도처에 깔려있다. 이는 한 인물을 축으로 단락적인 에피소드에 집중한 TV시리즈의 에피소드를 매회 보는 것과 달리 극장판이 네 인물의 전반적인 사연을 한 시즌을 전방위적으로 구성했다는 점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차이이며 극장판이 감수해야 할 당위과제처럼 보인다. 게다가 간결한 에피소드 안에서 순발력 있게 구성된 사연들의 재미에 비해 긴 러닝타임만큼이나 극장판은 지나치게 호흡이 긴 인상을 주며 사연 속에 농축된 성찰의 깊이도 분산되는 에피소드 속에서 다소 밋밋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섹스&시티>극장판은 개별적 완성도 여부를 따지기 전에 시리즈의 서비스 정신을 높게 사는 편이 더 온당해 보인다. 화려한 패션에 열광하고, 개방적인 취향에 수긍하고, 뜨거운 사랑을 열망하면서, 서로의 우정을 중시하는 그녀들의 20여 년간의 뉴욕 연대기가 7년 동안 6시즌으로 지속될 수 있었던 건 이 시리즈의 매력이 그만큼 유지된 까닭이기도 하거니와 그녀들을 향한 팬덤이 그만큼 지속됐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만약 당신이 이 시리즈에 깊은 호감을 지닌 이라면 결말부에 이르러 그 지지부진한 연애에 확실한 종지부를 찍는 캐리의 모습에 감정이입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캐리가 자신이 처음 뉴욕에 입성했던 20년 전을 회상하는 것처럼 당신도 언젠가 과거 스스로를 회상할 때 즈음, 이 시리즈를 회상할 것이다. 단지 캐리의 마놀로 블라닉을 흠모했건, 캐리의 내레이션에 담긴 예리한 경험적 성찰에 공감했건 간에 <섹스&시티>극장판은 그녀들의 네버 엔딩 스토리를 꿈꾸는 이들에 대한 무한한 보답과도 같다. 마흔을 자축하는 그녀들의 사연이 거듭 재생되지 않아도 팬심은 계속된다. 그리고 <섹스&시티>극장판은 분명 그 추억을 한 뼘 자라게 해줄 만한 요량은 된다.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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