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그날까지 그리스도는 고통 속에 계신다. <나는 비와 함께 간다>의 원제 <I come with the rain> rain pain으로 바꿔 넣어도 상관없을 것 같은 제목이다. 클라인(조쉬 하트넷)과 수동포(이병헌), 그리고 시타오(기무라 타쿠야)의 은밀하고도 긴밀한 삼각관계를 통해 서사를 굴려나가는 <나는 비와 함께 간다>는 세 남자의 고통을 죄의식과 속죄양의 두 바퀴 위에 얹혀 구원을 향해 힘겹게 밀어 올리는 긍휼한 사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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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영으로 갈라선 비보이(B-boy)들 사이로 뛰쳐나오는 한 명의 댄서. 무대를 휘휘 젓다가 어느 새 중앙에 자리를 잡은 그는 리드미컬하게 신기에 가까운 스텝으로 풋워크(footwork)를 선보이다 매끄러운 스타일무브로 돌입하고 묵직한 파워무브를 구사하기 시작하며 점차 무대를 장악해나간다. 경이적인 몸놀림에 아군진영의 크루(crew)들이 고무될 때, 야유하는 반대편 크루들의 표정이 상기되기 시작한다. 깔끔한 프리즈(Freeze)로 결정타를 먹인 비보이 주변으로 관중들의 환호가 쏟아진다. 이것이 일명 배틀(battle), 갱스터처럼 상대를 노려보며 나눠선 비보이들은 자신들의 춤으로 상대를 압도하고 이를 통해 승패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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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형식으로 위장된 극영화적 오락물. 도입부부터 인터뷰와 취재 영상을 동원하며 사실적으로 위장된 정보를 방대하게 쏟아내는 <디스트릭트9 District9>은 기존의 SF영화들이 제시한 상상력을 고스란히 녹여낸 도가니에서 온전히 판본이 다른 형태로 주조된 독창적 산물이다. 작은 아이디어로부터 비롯된 결과물이 어떤 성과에 다다를 수 있는가를 증명하는 실험적 소품이자 기존의 할리우드발 상업영화들의 방법론을 하이브리드(hybrid)하게 응용한 SF변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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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th PIFF Daily Choice

culturist 2009. 10. 8. 23:55

 

 

 

 

 

 

 

 

 

 

 

 

 

 

 

 

 

 

 

 

 

<복수 Vengeance>

10/09 CGV 센텀시티 6 11:00 (GV)

10/12 CGV 센텀시티 12 14:30

10/14 씨너스 부산극장 1 19:30

조니 토 특별전: 도시무협, 조니 토의 영화세계 | 2009 | 조니 토(기봉) | 임달화, 황추생, 조니 할리데이 | 108 | 홍콩

<공기인형 Air Doll>

10/10 CGV 센텀시티 7 17:30 (GV)

10/13 CGV 센텀시티 3 12:30

10/15 씨너스 부산극장 1 19:30

아시아 영화의 창 | 2009 | 고레이다 히로카즈 | 배두나, 오다기리 죠, 아라타 | 116 | 일본

<박쥐(확장판) Thirst>

10/10 메가박스 해운대 M 12:30

10/11 메가박스 해운대 M 16:30 (GV)

10/14 메가박스 M 10:00

한국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 2009 | 박찬욱 | 송강호, 김옥빈, 김해숙, 신하균 | 145 | 한국

<브라이트 스타 Bright Star>

10/9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2 16:30

10/12 대영시네마 3 17:00

10/15 시너스 부산극장 1 16:30

월드시네마: 마스터즈 | 2009 | 제인 캠피온 | 에비 코니쉬, 벤 위쇼 | 119 | 영국, 프랑스, 호주

<작은 연못 A Little Pond>

10/12 CGV 센텀시티 416:30 (GV)

10/13 메가박스 해운대 M16:00

10/15 씨너스 부산극장 3 17:00

갈라 프레젠테이션 | 2009 | 이상우 | 문성근, 김뢰하, 강신일, 박광정 | 86 | 한국

<아이 엠 러브 I Am Love>

10/14 CGV 센텀시티 4 16:00 (GV)

10/15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 16:30

갈라 프레젠테이션 | 2009 | 루카 구아다니노 | 틸다 스윈튼, 플라비오 파렌티 | 120 | 이탈리아

<피시 탱크 Fish Tank>

10/9 대영시네마 2 14:00

10/11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 14:00

10/15 대영시네마 1 16:30

월드 시네마 | 2009 | 안드레아 아놀드 | 마이클 패스빈더, 해리 트레더웨이, 키어스틴 워레잉 | 124 | 영국

(무비스트)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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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승필(이범수)의 실종을 통해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정승필 실종사건>에서 실종사건의 경위는 중요한 맥락이 아니다. 좀 더 상세히 설명하자면 그 실종사건의 인과관계를 유추하기 위한 장르적 영화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미 초반부에 정승필이 어떻게 실종됐는가를 명백하게 드러내는 <정승필 실종사건>은 그 실종사건으로부터 다단하게 뻗어나가는 예측불가의 상황을 장황하게 늘어뜨려가는 영화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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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육체를 대신하는 첨단 로봇의 시대. <써로게이트 Surrogate>는 본래 단어의 의미처럼 대리자로서 기능하는 로봇을 일컫는 고유명사다. 인간을 대신한 로봇의 육체가 주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인간은 자신의 집에 누운 채 두뇌활동만으로 로봇을 조종한다. 덕분에 인간이 자취를 감춘 거리엔 주름 하나 없이 탱탱한 인공피부를 두른 로봇들로 가득하다. 성형수술을 하지 않아도 얼짱이 될 수 있고, 다이어트와 운동에 신경 쓰지 않아도 몸짱이 될 수 있다. 심지어 단순히 대리적 행위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감정적 교감마저 주인과 공유할 수 있는 써로게이트는 자신을 조종하는 주체의 삶을 완벽하게 대신하는 대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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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시성 두보의 오언율시 춘야희우(春夜喜雨)’의 첫 구절, ‘호우지시절(好雨知時節)’에서 제목을 빌린 <호우시절>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라는 의미를 지닌다. <호우시절>은 곧 호애()시절이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재회한 과거의 연인은 시간 속에서 낡아가던 기억을 현재에서 되새김질하며 다시 한번 로맨스적 예감을 꿈꾼다. ‘때를 알고 내린 좋은 비처럼 때를 알고 만난 좋은 인연을 그린 <호우시절>은 낭만적인 로맨스 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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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FPS(First-Person Shooter)게임이라고 불리는 1인칭 슈팅 게임을 즐기는 당신의 시점을 대변하는 버추얼 캐릭터가 만약 당신과 동일한 현실상의 인간이라면 과연 그 게임을 즐길 수 있을까? <게이머>는 가상의 세계 속에서 시뮬레이션되어 오락적 쾌감을 발생시키는 게임의 반윤리적 속성을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 연동한 액션영화다. 가상이 아닌 현실 안에서, 캐릭터가 아닌 인간이 서바이벌 게임을 벌여나간다는 설정은 비현실적 공간에서 체감되는 폭력적 오락성의 쾌감을 현실의 도마 위로 올린 문제제기적 속성을 발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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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시절> 단평

cinemania 2009. 9. 25. 16:41

중국의 시성 두보의 오언율시 춘야희우(春夜喜雨)의 첫 구에서 따온 <호우시절>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란 본래 의미를 때를 알고 만난 좋은 인연이란 의미로 변용한다. <호우시절>은 곧 호애()시절이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우연히 재회한 옛 연인이 다시 로맨스에 빠져든다. 엇갈림과 그리움을 매개로 운명적 러브스토리를 연출하고 앙금처럼 내려앉은 추억 속 감정을 현재로 소환한다. 국적이 다른 두 남녀가 재회해 먼지처럼 쌓인 세월을 털어내고 묵은 감정을 다시 숙성시켜나가는 며칠 간의 로맨스를 풋풋하면서도 아련하게 묘사해나간 말미에 발전적인 관계를 암시하는 긍정적 여운이 아련하게 깃든다. 수채화처럼 투명한 역광 톤으로 포착된 이국적 풍경 속에 놓인 선남선녀의 자태가 마치 순정만화의 한 장면처럼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만 순정적인 로맨스의 보편적 감정을 설득력 있게 진전시켜나간다. 우월한 기럭지로 매장면을 화보처럼 수놓는 정우성과 싱그러운 미소 가운데서도 우아한 깊이가 묻어나는 고원원의 조화도 인상적이다. 현실적 가능성을 담보로 낭만의 존속을 아련하면서도 첨예하게 그려내는 허진호 감독은 <호우시절>을 보다 무던한 멜로로 완성했다. <호우시절>허진호 감독의 한 계절을 이루는 작품이라기 보단 적절한 이음새에 가까운 간절기 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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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 단평

cinemania 2009. 9. 25. 11:21

1인칭 슈팅 게임, 일명 FPS게임을 즐기는 당신이 모니터 너머로 몰입하고 있는 캐릭터가 가상의 이미지가 아닌 실제 사람이라면 그건 과연 게임이라 말할 수 있을까. 버츄얼 캐릭터가 아닌 현실의 인간을 조종해서 서바이벌 게임을 펼쳐나가는 미래를 배경으로 삼은 <게이머>는 디스토피아의 껍데기를 두른 액션 영화다. 잔혹성을 망각시키는 게임의 폐해를 시뮬레이션되는 가상적 환각에 중독된 인간들이 넘실거리는 미래적 세계관과 연동한다. 현란한 액션신은 기이하게 지겹다. 창의적인 동선을 직조하기 보단 화면만 흔들어대는 통에 되레 시각적 피로감만 축적되는 느낌이다. 동시에 세계관의 디자인 역시 딱히 인상적이라 말하기 어렵다. 가상의 디스플레이는 미래적인데 어째 세상은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는 걸까. 액션은 진부하고 감동은 고리타분하다. 특히나 전형적인 용두사미적 한계를 여지 없이 드러내는 결말부까지 확인하고 나면 차라리 게임을 즐기기 위해 로그인하는 게 극장을 찾는 것 보다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란 확신을 클리어하게 되는 기분이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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