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유치원의 원장으로 일하는 연희(김윤진)는 부유한 삶을 살고 있음에도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딸로 인해 걱정을 멈추기 어렵다. 딸이 희귀한 혈액을 지닌 탓에 좀처럼 이식이 가능한 심장을 찾기가 쉽지 않기에 그녀의 걱정은 나날이 커져만 간다. 어느 날, 딸이 입원한 병원에 뇌사 상태에 가까운 중년의 여성이 실려 오고, 그녀의 혈액형이 딸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게 된 연희는 심장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한다. 하지만 그녀의 아들 휘도(박해일)의 등장과 함께 기대는 불안으로 뒤바뀐다. 어머니에 대한 반발심에 사로잡힌 채 양아치 같은 삶을 살던 휘도(박해일)는 뒤늦게 어머니의 진심을 알게 되고 그녀를 살리고자 모든 방법을 동원하려 한다. 그리고 연희는 이를 막고 딸을 살리기 위해 모종의 결심을 하기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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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영화에서 영상기술의 발전은 장르의 개척을 가능하게 만든 일등공신이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SF와 판타지 장르에서 거둔 성과들은 이런 전제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사례일 것이다. CG기술의 발전은 형이상학적인 상상력을 형이하학적인 표현력의 발전으로 이어졌고, 비현실적인 이미지들의 표현이 가능해짐에 따라 자연스레 장르 개척의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것들이 현실에서 가능해졌다. 1982년에 공개된 <트론>의 속편격인 <트론: 새로운 시작>(이하, <트론 2>) 역시 바로 이런 영상기술의 발전을 통해 얻어진 표현의 가능성에서 비롯된 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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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밀려오고 다시 밀려나간다. 상륙하듯 육지로 들이치던 바다는 잠자코 머물다 다시 수평선 너머로 끌려나간다. 대륙과 반도 사이를 메운 갇힌 바다는 해안선이 비좁다는 듯 육지를 넘보다 해수면 저편으로 사그라진다. 한반도의 서편, 중국의 동편에 자리한 황해는, 그래서 탁한 바다다. 끊임없이 육지를 꿈꾸듯 해수면을 밀고 올라오다 흙을 머금고 미끄러져 사라지는 바다는 탁하지만 아련하게 출렁거린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역할을 하는 입구와 출구를 제외하면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된 <황해>는 마치 해수면으로 밀려들어오는 바닷물과 같이, 한국으로 밀항한 조선족 청년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게 전개되는 사건을 휘몰아치는 풍랑처럼 묘사하는 영화다. 탁한 해수면과 같은 현실을 묘사하는 영화의 끝에서 발견되는 건 그 밑바닥에 침전된 진한 농도의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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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스타를 꿈꾸며 무대에 오르던 폴 매든스(마틴 프리먼)의 꿈은 과거로 흩어진 지 오래다. 한때 같은 꿈을 꾸던 친구 고든 셰익스피어(제이슨 워킨스)는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아이들의 성탄극 기획자로 호평을 얻었고, 역시 함께 무대에 오르던 애인 제니퍼(애슐리 젠슨)는 새로운 꿈을 좇아 할리우드 제작사로 떠나간 지 오래다. 평범한 마을에서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별 일 없이 살던 매든스는 어느 날, 급작스럽게 떠맡겨진 성탄극 감독직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성탄극의 조력자로 등장한 파피(마크 우튼)의 돌발행동에 울화를 참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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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이 되는 해리 포터(다니엘 래드클리프)를 맞이하는 건 죽음조차 불사해야 하는 고난이다.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 사람, 볼드모트(랄프 파인즈)를 상대할 희망이라 믿었던 호그와트의 교장 덤블도어(마이클 갬본)는 죽었고, 호그와트는 볼드모트를 추종하는 죽음을 먹는 자들의 수중에 넘어갔다. 마법부의 존립마저 장담할 수 없는 마법세계로 언론과 권력을 장악한 볼드모트의 공포가 짙게 드리워져만 간다. 그리고 해리포터와 론(루퍼트 그린트), 헤르미온느(엠마 왓슨)는 볼드모트를 제거하기 위해 덤블도어가 남긴 표식을 따라 볼드모트의 영혼이 담긴 호크룩스를 파괴하는 여정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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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각지를 연결하는 고속열차 유로스타에 앉아 베니스로 향하며 추리소설을 읽으며 담배 연기를 내뿜던 남자 앞에 묘령의 여인이 나타난다. 그 남자에게 심상찮은 눈길을 던지던 여인은 남자의 맞은 편 빈 자리에 앉아 말을 건네고 남자는 점차 정체불명의 매력적인 여인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여인은 치명적인 가시를 안고 있다. 그리고 그 가시는 그 남자를 향한 것이다. 하지만 그 남자는 그 여자의 가시에 한 번 찔리고도 자신의 감정을 두려움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저 여자에게 빠져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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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그림을 지키기 위해 당장 자금이 필요한 만화가 정배(이선균), 성인잡지의 칼럼을 대필하며 푼돈을 버는 실업자인 탓에 동생의 집에 얹혀 사는 다림(최강희)은 거액의 상금이 걸린 성인만화 글로벌 프로젝트 공모전을 위해 손을 잡는다.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티격태격하던 남녀 사이에 점차 예기치 않았던 감정이 무르익는다. 계약적인 동료 관계가 어느새 감정적인 연인 관계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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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죽음 이후로 살림에 어려움을 느끼던 연주(김혜수)는 자신의 2층집에 세입자를 구하지만 좀처럼 방을 구하는 이가 없다. 그런 속도 모르고 딸 성아(지우)는 엄마에게 성형수술을 해달라며 조르기만 하니 엄마 속은 더욱 타 들어가고 매일 같이 잠 못 이루는 밤의 연속이다. 어느 날, 방을 보고 싶다는 남자가 찾아오고 연주는 남자의 정체가 궁금하면서도 당장 집세를 지불하겠다는 그의 태도가 반갑기만 하다. 하지만 그 남자 창인(한석규)에게는 모종의 꿍꿍이가 있고, 그는 줄곧 연주를 통해 무언가를 알아내고자 안간힘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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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작가 욘 A. 린드크비스트의 동명원작을 영화화한 매트 리브스의 <렛미인>은 이에 앞서 원작을 스크린에 옮긴 바 있는 토마스 알프레드슨의 <렛 미 인>과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홍보에 따르면) <렛미인> <렛 미 인>의 리메이크작이 아닌, 동일한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렛미인>은 분명 <렛 미 인>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는, 비교군의 운명을 타고난 작품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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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만으로 모든 사람을 통제할 수 있는 이름 모를 남자, 그리고 유일하게 그 눈빛에 통제 당하지 않는 남자 규남(고수), 두 남자가 만났다. <초능력자>는 그래서 시작되는 영화다. 세상 누구에게도 자신의 정체를 드러낼 필요도 없이, 어쩌면 드러낼 수도 없이, 급류처럼 인파가 흐르는 서울 한복판에서 외딴 섬처럼 살아가던 초인(강동원)은 사람을 조종하는 능력으로 대부업자들의 돈을 탈취해내며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킨 채 유유히 살아간다. 그리고 어느 날처럼 돈을 얻어내기 위해 들어선 대부업자의 사무실에서 규남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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