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지방 중학교에 부임한 국어 교사 미카코(아야세 하루카)는 남자배구부 고문을 맡게 된다. 나름의 열의를 갖고 훈련을 지도하려는 그녀와 달리 배구의 경험조차 없는 다섯 명의 부원들은 그저 새로운 여자 선생님이 고문으로 왔다는 사실에 그저 희희낙락이다. 이에 배구 연습에 대한 열의를 심어주고자 미카코는 지역 대회에서 1승을 하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아이들은 이에 가슴을 보여달라는 발칙한 제안으로 응수한다. 수락도 거절도 하지 못하고 어물쩡 넘어가게 된 그녀와 달리 아이들의 열의는 나날이 불타오르고, 이를 지켜보는 미카코는 보람을 느끼면서도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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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한 아이들로 가득한 어느 교실의 풍경, 하나 같이 손에 우유를 들고 마시는 아이들에게서 활기가 넘친다. 하지만 시끄러운 소음으로 가득한 교실의 풍경은 어딘가 비정상적인 기질로 가득하다. 교탁 앞에서, 그리고 교실을 한 바퀴 도는, 아마도 담임선생님처럼 보이는 한 여인의 말이 학생들을 향하고 있음에도 마치 독백처럼 들리는, 그녀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교실 속 아이들의 무관심한 소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묘한 충격을 야기시킨다. 그러나 그녀의 한 마디가 아이들을 압도하기 시작한다.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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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아키라는 좁은 열도에서 세계로 눈을 돌렸다. 일본영화계의 이단아라 불렸지만 결국 세계영화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한계와 편견을 베어내고 세계로 나아간, 그는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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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루 앞둔 신부가 예기치 않은 죽음에 터진다. 우발적인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된 예비신부 히로코(우에노 주리)는 자신의 눈앞에 놓인 시체를 유기하기로 결심한다. 히로코는 평생 꼴찌로 살아왔다는 열등감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게 해줄 이상형과의 결혼식을 포기할 수 없다. 결국 시체를 트렁크에 담아 집을 나선 히로코는 그 와중에 길에서 빠친코 전단지를 돌리던 코미네(코이데 케이스케)의 차를 탈취해 산에 오르지만 자살을 희망하는 여자 고바야시(키무라 요시노)의 엉뚱한 동행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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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기하듯 껑충거리는 서사가 제각각 진행되는 <피쉬 스토리>는 좀처럼 가늠할 수 없는 이야기다. 인정받지 못하는 선구적 펑크밴드, 세상을 구할 거란 예언을 듣게 된 청년, 수학여행 도중 잠에서 깨지 못해 북해도 항 페리호에 남겨진 소녀, 그리고 지구 멸망을 앞둔 한산한 도쿄의 레코드점. 어떠한 연관성을 짐작할 수 없는 네 덩이의 서사가 지속적으로 나열된다. 하지만 서사를 쫓아가거나 추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필요는 없다. 두 눈만 멀쩡히 뜰 수 있다면 결말에 다다라 모든 의문은 명쾌하게 해결된다. <피쉬 스토리>허풍이라는 본래의 단어적 의미에 가까운 영화다. 아니면 오해가 부른 거대한 행운이랄까. 엉뚱하지만 기발한 스토리텔링이 때때로 지나친 낙관적 태도로부터 영화를 구한다. 뛰어난 이야기꾼들은 사실 대단한 허풍쟁이다. <피쉬 스토리>는 대단히 재미있는 허풍이다. 그러니까 <피쉬 스토리>는 믿을 수 있는 이야기와 믿고 싶은 이야기 가운데 후자 쪽인 셈이다. 명랑한 허풍이 지구를 구한다. 그리고 관객마저 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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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하게 치고 빠지는 움직임이 구사되지 않는, 타격감이 없는 성룡영화라니 생소하다. 액션 장면은 있다. 하지만 그 액션 장면에서 성룡은 우리가 아는 성룡이 아니다. 그냥 마구 휘두르고 얻어 맞기도 한다. 액션 활극이 아닌 사실적인 느와르 안에서 성룡의 위트는 전혀 구사되지 않는다. 그 진지함만큼이나 진중함도 대단하다. <신주쿠 사건>은 살벌한 긴장감으로 가득한 도쿄의 비정한 정서를 온전히 체감하는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의 도쿄 생존기다. 일자리를 찾아 일본으로 밀항한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이 넘치던 90년대 도쿄 신주쿠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희망과 절망을 가로지르는 불법이민자들의 저항과 애환을 핏빛으로 투영한다. 성룡과 판빙빙을 비롯한 중화권 배우들과 타케나카 나오토를 비롯한 일어권 배우들은 제 역량을 다함과 동시에 그 조화가 자연스럽다. 사실적인 신체훼손 장면이 연출되는 등 폭력의 수위가 높지만 그 무거운 정서가 캐릭터의 공포와 분노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무엇보다도 활극적 액션을 연출하지 않고 온전히 표정만으로 승부하는 성룡의 연기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연륜과 관록이 넘치는 성룡의 표정은 비정한 느와르의 내면을 탁월하게 대변하는 창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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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메탈의 하위장르 중 하나인 데쓰메탈은 죽음과 악마 숭상의 뉘앙스를 연출하는 가사와 퍼포먼스라는 외부적 형태가 특성으로 정착된 장르다. 흉악한 가사와 극악한 무대 매너를 통해 광적인 팬덤을 형성한 세기말적인 장르는 그 폭력성을 방출하는 의식적 행위를 통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발생시킨다. 메탈 음악이 메인스트림을 석권한 핀란드나 동유럽의 국가 중 실질적으로 죽음을 추앙하는 데쓰메탈 그룹이 존재한다고 하나 실질적으로 뮤지션 대부분은 무대와 일상이 분리된 이중적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디트로이트 메탈시티>(이하, <DMC>)는 그런 현실성에 착안한 설정을 허구적 캐릭터와 스토리로 발전시킨 작품이다. 특히 장르적 구별 없이 음악산업의 인프라가 전방위적으로 구축된 일본의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일본에서 이를 소재로 둔 만화가 등장했다는 것도 딱히 놀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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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다소 황당하지만 귀여운 그녀와 덜 떨어진 듯 순수한 그가 만나 에피소드는 이뤄진다. <엽기적인 그녀>이후로 재용 감독의 머릿속엔 그저 대조적인 성향의 여자와 남자의 만남으로 이뤄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 밖에 없는 것 같다. <싸이보그 그녀>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무시무시한 괴력을 지닌 싸이보그 그녀(아야세 하루카)는 먼 미래에서 지로(코이데 케이스케)에게 날아와 한시도 그의 옆을 떠나지 않는다. 그렇게 남녀의 동거가, 엄밀히 말하면 싸이보그와 주인의 합숙이 시작된다. 어떤 이유에서 그런 상황이 펼쳐지는지 의문을 품지 않는 게 좋다. 그걸 안다고 해 봤자 모르는 것만큼이나 속 터지는 일이 될 테니까. <싸이보그 그녀>는 두서 없는 영화다. 인과관계에 대한 납득은 좀처럼 불가능하다. 그저 시트콤 같은 상황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된 서사엔 스토리텔링에 대한 장기적인 배려 따윈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니 자아도취되는 영화의 감정선 따위에 몰입할 가능성은 반 푼어치도 발생할 리 없다. 거대한 지진을 묘사하는 영화의 끝머리에 다다르면 이 영화의 태생적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를 가늠할 수조차 없게 된다. 한국 개봉을 앞두고 일본 개봉판을 재편집했다는데 전자도 딱히 궁금하진 않다영화의 말미에 묘사되는 지진만큼이나 100분의 러닝타임이 끔찍하게 막장이라 원래 형태를 되새김질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나마 아야세 하루카의 미소가 작은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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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결승전야

도화지 2009. 3. 23. 23:10

난 어려서부터 야구광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 광주로 내려간 뒤 10년을 넘게 살았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난 해태 타이거즈와 함께 살았다. 선동렬이종범은 둘도 없는 우상이었지. 심지어 아침마다 신문을 펴고 스포츠 면 야구 기사에 검정색 모나미 볼펜으로 줄을 치면서 봤다. 덕분에 부모님 역성이 대단했다. 그래도 그 망할 짓을 포기하지 않았고, 부모님은 결국 날 포기했다. 어쨌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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