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노릇이다. 사람에 대해서 이래저래 말이 많아진다는 건 분명 피곤한 일이다. 문제는 그것이 공과 사를 가로지르는 심각한 감정적 대립의 야기란 수순일 때 더더욱 귀찮은 절차가 발생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당사자의 태도다. 분명 자신이 어떤 과오를 범했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혹은 해명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듯이 굴 땐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게 마련이다. 사과든 변명이든, 다음 대응은 빠를수록 좋다.
가깝다면 가깝다고 말할 수 있는 지인이 공적인 영역의 실례를 범했다. 그에 따른 사과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당사자는 사과를 얻지 못했다. 이에 대해서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다. 여전히 앙금이 남았다.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같은 영역을 공유하는 이의 마음도 불편해질 수 밖에 없다. 답답한 일이다. 그 사람이 악의적인 인물은 아니므로 그것이 비열함으로 해석될 본위는 아니나 그런 성격은 분명 여러모로 곁에 있는 사람을 번거롭게 만들 것만 같아 위태로운 것이기도 하다.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건 책임이다. 자신의 나이에 걸맞은 책임의 무게를 증명하지 못하는 자일수록 더더욱 신뢰하기란 힘들다. 게다가 전례가 많은 사람이다.
본인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 상대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어떤 설명도 구술하지 않는다면 어떤 식의 판단을 내리기 전에 감정적 대응에 휘말리게 된다. 그건 뻔한 수순이다. 좀 더 현명한 방식의 대처가 요구된다. 사실 가장 좋은 건 그 사람을 배제한 대안을 찾는 길이다. 이미 어느 정도 불안요소가 검증된 사안에 대해서, 그것도 여러 번의 전례를 발생시킨 사안에 대해서 재고한다는 건 사실상 도박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나 저러나 여러 가지로 안타깝다. 본인에게 주어진 기회를 대기권 슛이라도 찰 것처럼 뻥 날려버린 이의 영문이 도대체 어떤 것 인지나 들어보고 싶은 마음조차 사라지는 까닭을 본인은 알지 모르겠다. 그걸 모른다면 진짜 심각한 일이고. 어쨌든 난 그 사람에게 해줄 말이 있다. 좀 냉정한 말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그 사람 인생에는 모종의 충격 요법이 필요해 보인다. 적어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하물며 경력도 오래됐다는 사람의 태도가 그렇다면 대체 누구에게 존중 받을 수 있겠나. 스스로 자신의 이미지를 깎아먹는 사람을 보고 있다는 건 이래저래 답답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본인이 어질러 놓은 과업을 스스로 정리하지 못하고 타인들로 하여금 두고 두고 갈무리하게 만드는 사람이야말로 실로 무례하다. 그걸 본인은 깨달아야 한다. 자신의 잘못이 정말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런 이유라면 그 사람 본래의 성격이 어쩌고 저쩌고 따윈 이미 통할 말이 아니란 의미다. 아무런 관계의 끈이 없는 완벽한 타인의 시점에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보려는 의지가 있지 않고서야 결코 복귀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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