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문득 산다는 게 무기력하여 죽음을 생각할 때가 있다. 요즘은 정말 문득문득 그렇다. 산다는 게 왜이리 힘드냐. 너만 힘든 거 아니거든, 따위의 말은 집어치워라. 타인의 괴로움을 위로 삼아 제 괴로움을 삭히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더냐. 초등학교 시절에 했던, 우리 엄마가 더 무서워, 경쟁하자는 것도 아니고, 그리 유치해질 필요는 없지 않겠나. 요즘 들어 허망함을 벗어날 길이 없어서 허덕이고 산다. 글 한 줄 쓰는 것도 힘겹다. 좀처럼 기운이 나질 않아. 그렇다고 죽는다는 소릴 할 필요까지야. 하지만 그런 걸. 정말 그런 걸. 정말 그래. 그냥 말야. 내가 하는 말, 했던 말, 하려는 말, 다 개소리 같아. 다들 그냥 그런 일이라며 그럭저럭 잘 사는 거, 이리저리 들춰보고, 괜시리 혼자 심각해져 봤자 부질없더라. 정의고 나발이고, 윤리적이냐, 논리적이냐, 이 한 몸 제대로 건사하지도 못하는 내가 그딴 고민은 해서 뭐하니. 그래, 그렇더군.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삶이란 게 참 무력하다. 의미가 없어. 가치도 없고, 그렇지, 뭐. 나까짓 것, 나같이 모난 것, 그냥 사라지는 게 여러 사람 속 편한 일이지. 그런 것 같아.
내 안에 괴물이 자라고 있어. 내가 죽어야 괴물도 죽겠지. 그래서 고민이야. 그 괴물이 널 파괴하는 것보다도 날 파괴하는 게 견디기 힘들어서 고민이야. 언젠가 참기 어려운 순간이 오면 정말 그럴 수 있겠지. 그래야겠지. 부서지기 전에 사라지는 게 더 나을까, 그렇지 않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