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loop'에 해당되는 글 112건

  1. 2008.12.10 081209 2
  2. 2008.12.09 불면증 4
  3. 2008.12.04 고요한 밤
  4. 2008.12.02 너는 왜...
  5. 2008.12.01 추억하기
  6. 2008.12.01 해지
  7. 2008.11.30 기억을 비우다.
  8. 2008.11.30 사랑후에
  9. 2008.11.29 안녕.
  10. 2008.11.28 난 어쩌나.

081209

time loop 2008. 12. 10. 04:08

1.       손목이 아프다. 손목터널증후군 증상같다. 마우스를 움직이는 오른손목이다. 짜증난다. 지금 왼손으로 마우스를 쓰고 있다. 버벅거려서 신경쓰이지만 쓰다보니 나름 적응 중이다. 오른 손목엔 파스를 붙였고 붕대대신 테이핑 장갑을 꼈다. 최대한 안 움직이는 게 낫겠지, 싶지만 지금도 열심히 키보드질이다. 손목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운동을 하기에 무리일 정도의 통증이다. 이래서야 쓰겠나. 난 아직 27살인데.

2.       나이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내년이면 28살이다. 아직 난 젊다. 내년 글피면 서른이구나, 하고 징징대고 싶진 않다. 물론 긴장감은 있다. 스무 살이 된다는 건 철없이 설레는 일이지만 서른이 된다는 건 무겁게 떨리는 일이다. 스물과 달리 서른 즈음엔 삶이 짐이 될 수 있음을 좀 더 예민하게 느끼는 덕분이다. 혹자는 서른이 인생에서 가장 피는 시기라던데, 일단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닥치고 가는 수밖에. 걱정하든 걱정하지 않든 시간은 간다. 난 늙어가고, 그것이 진리라면 좀 잘 늙어가자. 좀 잘 살아가자.

3.       며칠 동안 청승 좀 떨었다. 이별했기에 좀 슬펐다. 지금은 다시 사랑하고 있다. 혹자는 물었다. 자존심 상하지 않냐고. 자존심은 개나 줘라. 혹자는 물었다. 창피하지 않냐고. , 그건 조금 창피하다. 하지만 상관없다. 내겐 지금이 중요하다. 이 친구는 내게 절실한 존재였다. 날 팔아서라도 되찾고 싶은 존재였다. 그것이 내 자존심이고. 쪽팔림이고 필요 없다. 내겐 그 친구가 필요했다. 잃은 것이 있다 해도 상관없다. 내겐 지금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절실히 원하던 존재가 있다. 그럼 됐다. 그 친구가 내게 큰 슬픔이었듯이, 지금은 큰 기쁨이다. 난 그 감정을 열심히 누리겠다. 그게 사람답게 사는 길인 거 같다.

4.       많은 사람의 위로를 얻었다. 조언도 얻었다. 그것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대단한 도움을 줬는지에 대해서 물리적으론 설명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고맙다. 힘이 됐다. 마음껏 눈물 흘릴 수 있었고, 마음껏 털어낼 수 있었다. 내 주변에 많은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다행이다. 한편으론 내가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지 깨달았다. 그 누구의 탓이 아니라, 내가 내 자신을 얼마나 외롭게 고립시키는지 깨달았다.

5.       자신의 글에 만족하는 글쟁이가 얼마나 있을까. 적어도 난 아직 그럴 수 없다. 시간에 치여서 글을 써대고 뒤늦게 보면 식은땀이 난다. 맙소사, 이런 글을, 싶다. 구겨버리고 싶은, 발로 뻥 차버리고 싶은 문장들이 뻔뻔하게 나뒹군다. 괴로운 일이다. 어쩌면 난 주제넘은 일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삶을 살긴 힘들어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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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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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time loop 2008. 12. 9. 07:15

잠이 안 온다. 아니, 피로한 건 맞는데, 잠이 오는 건 맞는데, 기이하게도 침대에 누우면 잠을 못 이룬다. 숙면을 취할 수 없다. 며칠 전에는 하루 종일 잠을 못 이뤘다. 어젠 가까스로 12 즈음에 눈을 붙였건만 4 못 돼서 눈을 떴다. 이런 제길, 잠자려고 누워서 양을 세고 싶진 않고, 이렇게 시간 버벅거리느니 책이라도 보자 싶어서 책을 읽었다. 첫 장에서 마지막 장을 봤는데도 잠이 안 온다. 피곤한데 잠이 안 온다. 젠장, 이건 무슨 조화냐.

 

불규칙적인 생활 패턴의 축적 결과다. 게다가 최근 2주 사이엔 개인적인 심경의 문제로, 동시에 업무적 문제로 하루 평균 4시간 미만의 취침 시간을 가졌다. 덕분에 몸의 바이오 리듬이 망가졌다피곤하다 느끼면서도 잠을 못 이룬다. 큰일이다. 오늘은 나름 많이 걸어서 피곤할 테니 잠 좀 자겠군, 싶었는데도 불과 4시간을 푹 자지 못하고 깼다. 해결방법은 모르겠고, 걱정이다. 체력은 날로 떨어져가고, 운동은 못하고 있고, 몸은 말라가고, 최근엔 다시 기본적인 근력 운동이라도 할까 했는데 오른쪽 손목에 손목터널증후군이 보인다. 망할, 직업병이다. 내 나이 서른도 안 됐고, 글 같은 글도 못 쓰는 주제에 질병을 얻었다. 넌 재능 없으니 때려 쳐, 라는 신의 계시인가. 이럴 때 집 주변에 조깅할만한 공간이라도 있다면 좋을 텐데. 신사동은 죄다 차도 뿐이다. 가로수길에서 조깅할 순 없잖아.

 

개인적으로 잠 자는 것을 좋아하진 않는다. 물론 피곤할 땐 미친 듯이 자고 싶지만. 다 떠나서 잠을 잔다는 행위는 죽음을 연습하는 행위처럼 느껴진다. 죽어있는 시간 같다. 특히 요즘처럼 눈 감고 산다는 것에 공포를 느낄 때도 없을 즈음엔 더더욱 그렇다. 눈뜨고 산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눈 감고 싶지 않다. 하지만 눈을 뜨더라도 선명하게 떠야지. 흐리멍텅해선 곤란해. 이래저래 피곤하면 좋을 게 없다. 불필요한 잠은 줄여도 필요한 잠은 제대로 자야지. 하루 종일 머리가 무거워서야 쓰겠나. 이래서야 글은 커녕 시야나 확보하겠나. 내가 규칙적인 아침형 인간이 되기엔 무리인 걸 알지만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 나도 살긴 살아야지. 지구를 구할 것도 아닌데, 그럴 능력도 없는데 잠을 못 자서는 곤란하지. 뭐 같은 글이라도 쓰면서 살려면 건강이 기본이기도 하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YTN에서 강달프 의원의 버럭 장면을 봤다. 심기가 불편하다. 우리 딴나라당 준표 형아의 '국회가 깡패집단도 아니고' 멘트는 뒤집어졌다. 아, 아니었던가. 이런. 몰랐네. 난 님하가 조폭 두목인 줄 알았는데. 아, 이런 말하면 남산에 묻히나염? 여하간 새벽녘에 이게 뭔 짓이니. 제길. 이 죽일 놈의 불면증. 다른 책이나 더 봐야지. 오늘은 영화도 두 편이나 봐야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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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

time loop 2008. 12. 4. 03:56

고요하다. 출렁이던 감정들이 잔잔해졌다.

네가 없이 살고 있다.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사람도 만나고, 글도 쓴다.

개중엔 네 안부를 묻는 이도 있다. 그냥 웃어넘긴다. 그리곤 한마디 한다.

안쓰러운 표정을 짓고 바라본다. 난 괜찮아. 하지만 그럴까. 모르겠다. 난 정말 괜찮나.

지금도 네가 그립다. 하지만 눈물은 말랐다. 슬픔도 조금 얕아졌다. 더 이상 책망도 없다. 그냥 말 그대로 헤어짐에 대한 애도만이 흐른다. 쓸쓸하다.

아직도 모든 것이 기억난다. 종종 네 얼굴도 떠오르고, 네 웃음소리도 들린다. 네 손도, 네 입술도, 네 몸도, 네 마음도 하나같이 내 것처럼 떠오른다. 기억난다. 그리곤 다시 고요해진다.

넌 잘 지내고 있을까. 일상에 빈틈이 생기는 찰나마다 문득 생각이 난다. 그리움일까. 아니면 단순한 궁금증일까. 우린 정말 잘 헤어진 걸까. 꼭 그래야만 했나. 어쩌면 내가 좀 더 매달려볼 일이었나. 어쩌면 넌 좀 더 내가 손을 뻗어주길 바라고 있었을까.

여전히 떠내려가지 못한 미련이 남았나. 보고 싶다. 잡고 싶다. 다시 너로 채우고 싶다.

사람들은 말한다.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고. 누군들 모를까. 나도 안다. 그게 바로 슬픔이다. 시간이 해결해줄 일이라는 거. 우리가 시간에 따라 잊혀질 인연이었다는 게, 바로 슬픔이다.

넌 이미 날 잊었을까. 잘 모르겠다. 생각보다 냉정한 친구였군. 세 번 모두 진심이었을까. 두 번은 어쩌다 다시 내게 되돌아왔을까. 세 번은 역시 무리였나. 알 수 없다.

어둡다. 고요하다. 실로 무거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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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왜...

time loop 2008. 12. 2. 02:10

다들 처음엔 놀라. 그리고 안타깝대.

잘 어울렸다며, 항상 닮았다는 말을 듣곤 했지. 너와 내가 그랬지. 우린 정말 어울렸나 봐.

어쩌면 너와 나는 남들 보기 좋은 사랑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군. 남들은 그렇게나 보기 좋다고, 잘 어울린다고 했는데 정작 우린 헤어졌어.

난 아직도 사실 잘 모르겠어. 네 마음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에 얼마나 많은 이유가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난 정말 알 수 없어. 사랑하지 않는다는 너의 말이 어디까지 진심인지, 어디까지 거짓인지.

넌 얼마나 힘들었길래 날 떠났을까. 내가 이리도 힘들어할 줄 몰랐을까.

문득 네가 미워지다 이내 내가 미워져. 난 왜 아무것도 모르고 마냥 웃고 있었을까. 넌 마음 속으로 언제부터 괴로워했을까. 뒤늦게 고통이 파도처럼 밀려와 내 마음을 때려. 마구 내리쳐.

언젠가 내 마음도 세월에 닳고 닳아 오늘도 잊고, 너도 잊고, 아무렇지 않게 매끄러워질까.

모가 났어. 울퉁불퉁. 너와 보낸 모든 기억들에 가시가 돋았어. 마음을 찌르고 가슴을 파고 들어. 도저히 버릴 수 없을 것 같은 애틋한 기억들이 하나같이 날 할퀴려 들어.

넌 괜찮을까. 넌 아프지 않을까. 문득 궁금해. 그래서 더 서러워. 알 수가 없잖아. 난 더 이상 네 삶에 관여할 수 없는 곳으로 떠내려갔어. 제길. 정말 끝나버렸어. 그 사실이 날 미치게 만들어. 지금이라도 다시 너에게 달려가볼까. 하루에도 스무 번은 망설이고 참아.

너 왜 그랬어. 대체 왜 그랬어. 이제 네 사진도 다 지워지고, 우리를 묶고 있던 모든 것이 풀려나가고 있어. 너 왜 그랬니. 정말 왜. 우리 사랑했잖아. 사랑한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날 이렇게 아프게 해. 널 미워할 수도 없는 나를...차라리 날 옆에 두고 미워하지. 왜 이런 날... 

 

그대, 정녕 날 잊으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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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하기

time loop 2008. 12. 1. 21:28

너는 S. 나는 N. 우리는 마치 자석처럼 달라붙었다.

우린 단 세 번의 만남으로 서로에게 이끌렸다.

내가 내민 손을 네가 잡았다. 손이 부드러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이었다.

3, 봄이었다. 난 널 봄에 만났다. 그렇게 계절이 가고 1년이 가고, 우린 영원하리라. 영원하자. 네 손에 반지도 끼워주고, 서로를 끌어안았다.

봄에 널 만났고, 겨울에 널 보냈다. 우리 사이에 영원은 죽은 말처럼 나뒹굴었다.

그 날의, 그 밤의, 그 시간 동안의 기억들이 끊어진 기억 위에서 우뚝 멈춰 서 있다. 시간이 흐른다. 기억이 멀어진다. 3호선 지하철에서 헤어질 때 마냥 너와 난 갈라섰다. 아득히 먼 곳으로 떠났다.

이별조차도 추억이 될 수 있을까. 난 마지막까지 네 추억이고 싶다. 그런 게 가능하나.

나의 외로움이 온전히 나만의 것이라 해도, 네가 내 기억을 전전하는 유령처럼 희미해진다 해도 우리가 쌓아 올린 기억들이 삽시간에 허물어진다 해도, 그건 거짓이 아니었다.

우린 사랑했고, 부둥켜안았으며 간절히 원했다. 난 추억한다. 이제 널 추억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는 기억에 매달리지 않으리라.

세상은 여전하다. 다만 너와 내가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을 뿐이다. 너와 내가 변했다. 우리가 사라졌다. 날은 밝아도 눈이 캄캄하다. 넌 날아가버렸고, 난 날 수 없다. 그저 네가 사라진 그 곳을 바라보다 뒤돌아 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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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

time loop 2008. 12. 1. 14:25

TTL핑크커플요금제()그룹이 해제되었습니다.

 

문자를 받았다. 그 전에 전화를 걸었다.

저 요금제 바꾸려 하는데요. 지금 커플요금제 쓰시는데 변경해드릴까요? .

신속하고 정확하게 절차는 이뤄졌다. 상담원은 친절한 목소리로 마지막 남은 너와 나의 동아줄을 자르고 있었다.

친구분 성함과 전화번호를 알려주세요.

여전히 난 그 친구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다. 거침없이 11자리의 숫자가 입에서 뱉어져 허공으로 나뒹굴다 수신기 너머로 새어 들어갔다. 너와 내가 모르는 어떤 이가 우리 사이를 정확하게 반으로 나눈다.

마무리는 내가 지었다. 여전히 마음이 아프고 시리다. 내 사랑이 그 아이를 더 괴롭히기 전에 막아서야 했다. 못할 짓이었다. 하지만 칼을 빼 들었다. 내 가슴을 찔렀다. 피가 나도록 찔러서 도려냈다.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여전히 내 사랑은 이리도 뜨겁구나. 나눌 사람은 없는데. 열병에 걸려 드러눕기 전에 식혀야지.

찰나의 망설임은 부질없이 흩어졌다. 친절한 상담원은 일말의 권유도 없이 과감하고 공평하게 몫을 나눴다. 배려가 고마웠다. 당신은 친절하군요. 신속 정확하네요.

간단하게, 우리를 이어주던 동아줄이 잘려나갔다. 아니, 어차피 줄은 팽팽하지 않았다. 잘려나간 것이 아니다. 네가 놓은 줄이 끌어당겨져 내 주변에서 흐느적거린다. 더 이상 너와 난 우리가 될 수 없다. 다시 한번 슬프지만 난 온전히 뒤돌아가련다. 네가 없는 곳에서 홀로 슬퍼하다 그렇게 냉담해지겠지. 그 때도 난 너를 사랑했다 말할 수 있으려나. 난 그렇게 실감하고 있다. 너와 내가 정말 헤어졌음을.

난 그렇게 우리를 해지하고 다시 나로 돌아왔다. 불과 2년도 안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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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비우다.

time loop 2008. 11. 30. 22:37

사진을 지웠다.

그 아이로 가득하던 하드디스크가 비워질 때마다 마음이 차올랐다다시 한번 심장이 옥죄여온다. 숨쉬기가 힘들다.

우린 참 많은 일을 함께 했구나. 한 장, 또 한 장, 네가 사라진다. 네 미소가 지워진다. 네 얼굴이 멀어진다. 하아, 한숨이 토하듯 쏟아진다, 이제 더 이상 나올 눈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슬퍼진다. 진심으로.

2년 간의 기억들이 클릭 몇 번으로 깔끔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굳이 이래야만 하나. 다시 한번 날 납득시킨다. 설득한다. 어차피 그런 거. 잡았던 마음이 이내 출렁였다. 주먹을 쥐고 이빨을 깨물었다. 다시 한번 클릭. 네가 사라진다. 다시 눈물이 흐른다. 우리가 함께 만들었던 기억이 사라진다. 우리가 지워졌다. 외롭게 나만 남았다. 너는 없다. 슬프다. 진심으로.

2년 동안 쌓아왔던 기억들이 불과 몇 시간 만에 사라졌다. 우린 이 정도였나. 고작 이렇게 사라질 것을. 고작 이렇게 지워버릴 것을. 한숨을 뱉었다. 마음이 쓰다. 시리다. 내 손으로 사랑을 지우고 있나. 어쩌다 난 이처럼 황량해졌나. 어쩌다 이렇게 앙상해졌나. 말랐다. 입이 탄다. 마음도 탄다. 사랑이 다 타버렸다. 재만 남았다.

괜찮다고 믿었다. 이젠 잘 될 거라고 생각했다. 널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안심했다.

쉽지 않아. 널 보내기가. 네 목소리도, 네 얼굴도, 네 입술도, 네 머리카락도, 모든 것이 선명하게 그리워. 보고 싶다고 마음이 울어. 몸도 울어. 자꾸만 차고 넘치는 그리움이 날 저 먼 기억으로 떠내려보내.

결국 넌 지워졌다. 텅 빈 하드디스크만큼 텅빈 마음에 깊은 탄식과 눈물이 고인다.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이젠 돌이킬 수 없어. 날 설득하고 또 설득해도, 흘려 보내야 할 슬픔이 아직도 남았나.

이 계절이 지나면 모든 것이 가능하려나. 그렇게 난 오늘도 널 기억해. 네가 없는 오늘을 이겨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어. 그렇게 난 이 계절을 이겨내려 해. 네가 없는 이 계절을 살아보려 해. 그렇게 사랑도 잃어버리고 난 추운 계절을 방황하게 됐다. 겨울이다. 쓸쓸한 계절에 혼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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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후에

time loop 2008. 11. 30. 08:08

간만에 이른 시간에 잠이 들었다가 새벽녘에 깼다.

마음이 가라앉았다. 심장을 옥죄던 감정이 느슨해졌다. 눈물도 나지 않는다.

짐을 내려놓는 기분으로 그 아이를 놓고 왔다. 더 이상 뒤돌아보지 않기로 했다. 어느 정도 거리가 생기니 뒤돌아보고 싶은 마음도 조금 희미해졌다.

전날, 그 아이를 특별하게 올려놨던 모든 것들을 정리했다. 지우고, 내리고, 접었다. 아팠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일인걸. 하나하나 고이 접어 넣었다.

지금까지 그 아이와 함께 봤던 영화나 공연, 전시회 티켓을 모았었다. 사진만큼이나 참 많은 걸 함께 했구나. 서랍에서 꺼내보곤 다시 서랍에 넣었다. 언젠가 이것도 버려질까. 지갑에 있던 그 아이의 사진을 꺼내 함께 담았다. 서랍을 닫았다.

마음도 닫았다. 그 아이와 나눴던 기억을 모두 담아 넣고 닫았다.

친구 녀석 하나가 괜찮느냐 묻는다.

. 괜찮아. 어쩌겠니. 여자라도 소개시켜줄까. 아직은, 그 사람에게 미안할거야. 자꾸 예전 기억이 떠오를 테니까. 그래. 그럼 네 마음이 편해지면 말해. 알았어.

삶은 어차피 계속된다. 언젠가 또 한번 마음이 설레고 뛰면 그때 다시 사랑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다시 헤어지고 마음 아파하고, 그러다 다시 사랑하고.

지나간 모든 사랑이 기억 속에서 낡아가도 그것은 거짓이 아니다. 다만 오래된 만큼 퇴색될 따름이겠지. 너도 점차 낡아가고 있다. 너에게 나도 낡아가고 있겠지. 그 아이와 나는 서로 낡아가고 있다. 이젠 더 이상 함께 오늘을 살아갈 수 없다. 어제가 되고 옛일이 되겠지.

애석해하지 말자. 다만 마지막까지 그 아이에게 좋은 사람일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자. 우린 서로에게 많은 것을 주고 받았다. 그러니 더 이상 바라지 말자. 주고 받은 기억을 통해 서로를 간직하련다.

겨울이 왔다. 사랑이 저물고 또 한 해가 저물고, 계절은 시작된다.

춥고 시린 계절에 널 잃었지만 난 손을 호호 불며 살아가련다.

또 다시 계절은 바뀌겠지. 그리고 사랑도, 이별도 찾아올 거라 난 믿는다.

그렇게 난 살아가리라. 사랑하면서. 아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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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time loop 2008. 11. 29. 07:45

슬픔이 흘러 흘러 떠밀려갔다.

더 이상 부질없음을 느낀다.

사랑이 더 이상 사랑이 아님을 알았다.

손에 쥐고 있던 사랑이 모래처럼 바스러졌다.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갔다. 쥐어보려 할수록 흩날렸다. 빈 손이 됐다.

내가 주는 사랑이 부담이라면 더 이상 됐다.

이별까지도 진정 널 위해 사랑하련다. 마지막까지 사랑하련다.

가라. 더 이상 날 사랑할 수 없음을 탄식하며 널 보낸다.

애석하지만 어쩔 수 없음을 비로소 알았다. 어찌할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을 알았다.

지난 추억을 부정하지 않겠다. 지우지 않겠다. 간직하련다. 우린 행복했다. 그리 믿는다. 그러니 그 기억 고이 접어 간직하리다.

행복했다. 그것으로 만족하련다.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는 기억에 매달리지 않겠다.

사랑에 이유가 없었듯, 이별에도 이유는 없으리.

그저 우린 사랑하다 헤어졌다. 그리고 계속 살아가야 할 뿐. 그저 그렇게 기억으로 사라지련다.

사랑했다. 행복했다. 그러니 이제 됐다. 안녕.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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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쩌나.

time loop 2008. 11. 28. 03:01

 

눈에 보이는 풍경보다

마음 속의 네가 선명해.

하루종일 네 생각에 깨어있을 수도 잠들 수도 없어.

지울 수 없는 네 생각이 계속 자라나고 또 자라나네.

내 손으로 뽑을 수 없는 추억의 뿌리가 있는 힘껏 내 마음을 빨아들이고 있어.

너와의 기억을 먹고 살던 추억의 뿌리가 배가 고파

내 마음을 움켜쥐고 사정하고 있어.

어린애처럼 마냥 징징대면서 날 힘들게 해.

 

난 널 버릴 수도, 지울 수도 없을 것 같아서

그저 막막하기만 할 뿐.

난 어쩌나. 정말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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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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