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손목이 아프다. 손목터널증후군 증상같다. 마우스를 움직이는 오른손목이다. 짜증난다. 지금 왼손으로 마우스를 쓰고 있다. 버벅거려서 신경쓰이지만 쓰다보니 나름 적응 중이다. 오른 손목엔 파스를 붙였고 붕대대신 테이핑 장갑을 꼈다. 최대한 안 움직이는 게 낫겠지, 싶지만 지금도 열심히 키보드질이다. 손목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운동을 하기에 무리일 정도의 통증이다. 이래서야 쓰겠나. 난 아직 27살인데.
2. 나이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내년이면 28살이다. 아직 난 젊다. 내년 글피면 서른이구나, 하고 징징대고 싶진 않다. 물론 긴장감은 있다. 스무 살이 된다는 건 철없이 설레는 일이지만 서른이 된다는 건 무겁게 떨리는 일이다. 스물과 달리 서른 즈음엔 삶이 짐이 될 수 있음을 좀 더 예민하게 느끼는 덕분이다. 혹자는 서른이 인생에서 가장 피는 시기라던데, 일단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닥치고 가는 수밖에. 걱정하든 걱정하지 않든 시간은 간다. 난 늙어가고, 그것이 진리라면 좀 잘 늙어가자. 좀 잘 살아가자.
3. 며칠 동안 청승 좀 떨었다. 이별했기에 좀 슬펐다. 지금은 다시 사랑하고 있다. 혹자는 물었다. 자존심 상하지 않냐고. 자존심은 개나 줘라. 혹자는 물었다. 창피하지 않냐고. 음, 그건 조금 창피하다. 하지만 상관없다. 내겐 지금이 중요하다. 이 친구는 내게 절실한 존재였다. 날 팔아서라도 되찾고 싶은 존재였다. 그것이 내 자존심이고. 쪽팔림이고 필요 없다. 내겐 그 친구가 필요했다. 잃은 것이 있다 해도 상관없다. 내겐 지금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절실히 원하던 존재가 있다. 그럼 됐다. 그 친구가 내게 큰 슬픔이었듯이, 지금은 큰 기쁨이다. 난 그 감정을 열심히 누리겠다. 그게 사람답게 사는 길인 거 같다.
4. 많은 사람의 위로를 얻었다. 조언도 얻었다. 그것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대단한 도움을 줬는지에 대해서 물리적으론 설명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고맙다. 힘이 됐다. 마음껏 눈물 흘릴 수 있었고, 마음껏 털어낼 수 있었다. 내 주변에 많은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다행이다. 한편으론 내가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지 깨달았다. 그 누구의 탓이 아니라, 내가 내 자신을 얼마나 외롭게 고립시키는지 깨달았다.
5. 자신의 글에 만족하는 글쟁이가 얼마나 있을까. 적어도 난 아직 그럴 수 없다. 시간에 치여서 글을 써대고 뒤늦게 보면 식은땀이 난다. 맙소사, 이런 글을, 싶다. 구겨버리고 싶은, 발로 뻥 차버리고 싶은 문장들이 뻔뻔하게 나뒹군다. 괴로운 일이다. 어쩌면 난 주제넘은 일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삶을 살긴 힘들어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